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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 기로 선 환자 살려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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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 기로 선 환자 살려 보람”

입력
2017.0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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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진시스템 구축, 심장이식 등 심혈관 질환 치료 집중

흉부외과 의사, 경험ㆍ기술 기본, “환자 위한 따뜻한 마음 필요”

손호성 고대안암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관상동맥질환, 심장판막 질환, 심장이식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겸비한 외과의사다. 고대의료원 제공
손호성 고대안암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관상동맥질환, 심장판막 질환, 심장이식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겸비한 외과의사다. 고대의료원 제공

흉부외과는 심장판막질환 관상동맥질환 대동맥질환 혈관질환 폐질환 등 흉부, 즉 가슴에 있는 심장 폐 식도 대동맥 등 생명유지에 기본이 되는 중요 장기 질환을 수술로 치료하는 진료과다.

흉부외과 전문의는 생사 기로에 서 있는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열쇠를 가졌다. 외과영역에서 가장 많이 수술방에 들어가야 하는 의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흉부외과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도 인기가 없다. 다른 진료과 전문의들은 “흉부외과 선택하지 않길 잘했다”고 한다. 반면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우리처럼 하루하루가 드라마틱한 의사가 없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수술을 해도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를 만나면 하늘에 기도를 합니다. ‘제발 이 환자를 살려주세요’라고요. 환자를 살리려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사람을 살리는 것은 신의 영역인 것 같아요.”

고대안암병원 흉부외과에서 수많은 환자를 살리고 있는 손호성(50) 교수의 첫인상은 솔직 담백했다. 과장하면 ‘동네 아저씨’를 만난 것 같았다. 의사 가운만 벗으면 일반 기업 부장처럼 보였다. 그만큼 편했다. 하지만 손 교수는 독수리의 눈과 사자의 심장을 갖고 있는 외과의사다.

의사보다 물리학 등 순수과학을 전공하고 싶었던 그가 의사, 그것도 외과전문의가 된 것은 부친의 영향이 컸다. “주말에 가끔 외과의사인 돌아가신 아버지 친구가 우리 집에 오셨는데 선친께서 의사친구를 부러워하셨죠. 선친의 권유로 결국 의대에 들어가게 됐죠.”

손 교수는 의대 시절, 피를 봐야 하는 외과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인턴시절, 흉부외과 교수가 동공이 풀리고, 심장이 멈춘 환자를 수술로 살리는 것을 목격한 후 마음을 고쳐먹었다. “의사가 신속히 판단을 내려 환자를 살리는 것을 보면서 흉부외과를 선택했습니다. 그땐 이 일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죠. 참 순진했어요.”

“가족에게 늘 미안, 환자 살리는데 만족”

의사면 누구나 그렇지만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가족들에게 큰 빚을 지고 산다. 손 교수도 ‘가족’이야기 나오니 목소리가 떨렸다. “둘째 아이가 3~4살 정도 됐을 때 같아요. 간만에 집에 일찍 들어갔는데 아내가 ‘아빠 오셨다’고 하자 아이가 전화를 붙잡더라고요. 제가 아이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해 늘 전화를 했거든요. 아이가 전화기를 잡고 ‘아빠. 아빠’하는데 말이 나오지 않더군요.”

의사가 된 아들을 자랑스러워했던 아버지의 첫 기일도 그는 가지 못했다. 수술 때문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벗으려는 순간 병원에서 ‘콜’이 떨어져 다시 병원으로 발길을 돌린 일도 허다했다. “의사인 아내가 ‘나도 의사지만 당신 너무 한다. 당신도 가장이고, 애 아빠인데’라며 눈물을 보이더군요. 겉으로는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는 게 외과의사지만 가족의 희생 없이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늘 미안하고 죄스럽죠.”

손 교수는 “환자의 생명을 마지막으로 담보할 수 있는 의사가 흉부외과 전문의”라며 “환자를 살릴 수 있는 판단력과 수술능력은 기본이고 환자에게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수술실에서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환자의 생명을 마지막으로 담보할 수 있는 의사가 흉부외과 의사”라고 말했다. 손 교수 수술 모습(사진 오른쪽). 고대의료원 제공
손 교수는 “환자의 생명을 마지막으로 담보할 수 있는 의사가 흉부외과 의사”라고 말했다. 손 교수 수술 모습(사진 오른쪽). 고대의료원 제공

손 교수가 고대안암병원에서 심장이식, 심부전 등 심혈관 질환 수술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심장내과 등 협진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수술 전 관련 진료과 스텝과 수시로 회의를 열어 환자상태, 수술법 등을 논의한다”며 “협진을 통해 수술시간을 단축해 안전까지 확보했다”고 말했다.

의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교수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손 교수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매일매일 선택해야 하기에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이 과정을 극복해야 환자를 살리는 의사가 될 수 있다”며 “후학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환자를 살리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흉부외과 전문의로 수술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나보다 뛰어난 후학 양성을 위해 의대에서 교육시스템 정비 등 제도보완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공의가 비록 힘들지만 병원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선배의사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사 기로에 서 있는 환자를 수술하면서 환자 생명은 의사가 정할 수 없다는 진리를 느끼고 있다는 손 교수. 그는 “수술을 하면 할수록 생명의 위대함과 존엄성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며 “체력이 뒷받침되는 한 환자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보세요. 응, 준비 됐어? 금방 갈게.”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곧장 수술실로 향한 손 교수. 환자를 위한 마음을 가진 외과의사를 만나 마음이 따뜻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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