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내내 선두로 9연속 종합우승...엄광열 감독 "내년 10연패 목표"
서울2위·경기3위·전남 4위...투혼의 완주 펼친 부산에 감투상
충청북도가 제60회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이하 경부역전마라톤) 9년 연속 종합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8연패로 대회 신기록을 작성한 충북은 통산 19번째 우승과 함께 최다 연패 기록을 한 걸음 더 늘렸다.
충북은 16일 부산시청 앞 광장을 출발해 22일 오후 경기 파주시 통일촌에서 끝난 532.9㎞ 국토 종단 레이스를 총 28시간06분18초 만에 골인했다. 일주일 내내 대구간 선두를 내주지 않았으며, 종합 기록에서 2위 서울(28시간27분13초)에 20분55초나 앞섰다. 3위는 경기도(28시간31분33초)다. 지난해 준우승 팀 전남은 28분45분34초로 4위에 자리 했다.
한국일보와 대한육상경기연맹이 공동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토토, 한국마사회, 경기도가 후원한 이번 대회는 60회를 맞아 17개 시ㆍ도 대표 남녀 300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1955년 11월14일 첫 출발 총성을 울린 이후 최대 규모다. 선수 부족으로 애를 먹은 광주, 대전, 전북, 제주, 충남, 세종시는 첫날과 마지막 날 제1소구간만 뛰었다. 인천과 울산은 첫 날 대구간, 마지막 날 대구간을 이어 달리며 통일 염원의 뜻에 동참했다.
박원순(58) 서울 시장은 22일 서울~통일촌(62.3 ㎞) 대구간의 출발지 국회의사당 앞에서 선수단을 격려했다. 그는 “부산시청 앞을 출발해 여기까지 힘차게 달려온 모든 선수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이재홍(57) 파주 시장, 현명관(73) 한국마사회 회장은 통일촌 내 군내 초등학교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내년에는 개성까지, 궁극적으로는 신의주까지 내달릴 수 있길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충북 9연패 에이스만 4명…도에서는 3,500만원 지원
9연패에 성공한 충북은 이번 대회 타이틀 대부분을 독식했다. 손명준(20ㆍ건국대)이 최우수선수상을, 김성은(25ㆍ삼성전자) 신현수(23ㆍ한국전력) 안병석(18ㆍ단양고)이 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엄광열(54) 충북 감독은 통산 11번째 지도자상의 영예를 안았다. 엄 감독은 “내년에도 더 노력해 10연패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피와 땀을 다해 9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충북은 14명으로 구성된 선수단의 기량이 고르다. 손명준, 신현수, 안병석, 김성은이 에이스, 나머지 선수들도 2~3위 내로 소구간을 달리는 스피드를 보유하고 있다. 충북은 중ㆍ장거리 육상팀을 보유한 시ㆍ군청이 7개에 달한다. 매년 3개의 역전 대회가 충북도내에서 열린다. 경부역전마라톤의 ‘보고’(寶庫), 한국 육상 중장거리의 ‘강도’(强道)라는 타이틀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엄 감독은 “이번 대회만을 위해 충북도청에서 3,500만원 이상을 지원해줬다.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훈련을 했다”며 “코칭스태프, 선수들의 애향심도 끈끈해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믿기 힘든 부산의 투혼, 전남 임진수는 21년째 레이스를 끝으로 ‘굿바이’
김용범(54) 감독이 이끈 최하위 부산의 투혼도 눈길을 끌었다. 부산은 지난해 제59회 대회를 통해 11년 만에 재출격 했다. 남자 11명, 여자 4명 등 어렵게 선수단을 꾸렸고, 올해도 경보 선수, 400m 단거리 선수들을 동원해 532.9㎞를 완주했다. 부산은 충북 보다 6시간12분 뒤쳐진 기록으로 통일촌에 골인했지만 포기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대회 경기 임원이 만장일치로 선정한 감투상, 부산이다.
최고령 선수 전남 임진수(36ㆍ무소속)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난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경부역전마라톤에 출전한 그는 21년 동안 빠짐없이 국토를 종단했다. 서울~통일촌 대구간 중 판문점~통일촌(10㎞) 제8소구간 주자로 나선 그는 “뛰는 데 울컥하더라. 후배들 보다 느리다는 걸 알지만, 5㎞까지는 맨 앞에 나와 레이스를 이끌었다”며 “내년부턴 한양대에서 코치를 한다. 비록 함께 달리지는 못해도 경부역전마라톤에는 코칭스태프로 다시 출전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후배들은 골인 지점에서 케이크와 샴페인을 준비해 대선배의 은퇴식을 마련했다. 김후진(48) 전남 감독은 “우리 팀의 정신적 지주였다. 마지막 날 마지막 레이스, 마지막 소구간의 주자는 당연히 임진수라고 생각했다”며 “내년에 더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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