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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成 리스트' 열쇠 쥔 최측근 불러 조사… 물증 확보도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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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成 리스트' 열쇠 쥔 최측근 불러 조사… 물증 확보도 속도

입력
2015.04.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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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박준호 前 경남기업 상무 소환

'키 맨'들 보강 진술 확보 잰걸음

금품로비 은닉 자료도 일부 확보

성 회장 10년치 비자금 추적

MBㆍ참여정부로 불똥 튈 가능성

'성완종 리스트' 수사의 핵심 참고인인 경남기업 박준호 전 상무가 21일 서울 서초동 고등검찰청으로 출두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성완종 리스트' 수사의 핵심 참고인인 경남기업 박준호 전 상무가 21일 서울 서초동 고등검찰청으로 출두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1년 간 통화내역을 토대로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과 리스트에 거명된 인사들의 관계를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게 됐고, 21일에는 이번 사건의 ‘키 맨’ 중 한 명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경남기업과 성 전 회장 일가의 자택 등 13곳을 추가 압수수색해 검찰 수사과정에서 빼돌려진 핵심 자료도 일부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성 전 회장의 메모와 음성 녹취파일에 있던 ‘빈 칸’을 채우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교두보가 마련된 셈이다.

검찰 수사망도 보다 넓어지고 있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최근 10년치 비자금의 흐름을 모두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이후 비자금’으로 국한됐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경남기업 수사 때와 비교하면, 그보다 2, 3년 정도를 더 앞당긴 것이다. “리스트에 기초한 수사이지, 그에 한정된 수사는 아니다”라는 수사팀의 공언이 점점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성완종, 1년간 이완구 217회ㆍ이병기 140회 전화

리스트에 오른 8명은 금품수수 의혹은 물론, 성 전 회장과의 개인적인 친분도 부인했으나 성 전 회장의 휴대폰 통화내역 분석결과는 사뭇 다르다. “특별한 개인적 관계는 없다”고 했던 이완구 총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성 전 회장의 착ㆍ발신 내역에 총 217차례 등장하는데, 이 중 성 전 회장이 전화를 건 것은 153번이고 이 총리가 먼저 전화한 횟수는 64번이었다. 실제 통화로 이어진 게 몇 번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이 총리가 같은 당 의원과 업무상 통화를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지난 1년간 두 사람이 함께 일했던 시간이 불과 한 달 정도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총리는 지난해 5월 원내대표에 올랐고, 성 전 회장은 그 다음달에 선거법 유죄 확정으로 의원직을 잃었다.

이병기 현 대통령비서실장과의 착ㆍ발신 횟수도 140여 차례로 적지 않다. 이 실장은 지난해 6월까지 주일대사를 지내다 국가정보원장을 거쳐 올해 2월 청와대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기업인’ 성 전 회장과 이렇게 많은 통화를 주고받을 이유가 적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메모에 이름만 있고 금액은 없는 이 총리와 이 실장은 성 전 회장과 오랫동안 교류를 나눠왔던 사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경우는 40여 차례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퍼즐 맞추기’ 본격화

수사팀의 1차 목표는 성 전 회장이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당시 상황을 세밀하게 복원하고 재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사팀은 박 전 상무를 시작으로 관련자들의 ‘보강 진술’을 최대한 많이 확보할 계획이다. 박 전 상무는 경남기업 홍보임원으로 회사의 ‘입’을 대변하는 동시에 성 전 회장의 비서실장 역할도 맡아 ‘복심’으로 불린다. 성 전 회장의 국회의원 시절을 포함, 그를 지근거리에서 내내 보좌했던 또 다른 ‘키 맨’ 이용기 부장이나 성 전 회장의 운전기사였던 여모씨 등의 소환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2011년 6월 1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윤승모 전 부사장 또한 흩어져 있는 퍼즐 조각을 맞출 핵심 인물로 꼽힌다.

진술이 아닌, 객관적 물증 확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5일에 이어 이날 경남기업을 다시 압수수색하면서 성 전 회장과 그의 동생 일종(52), 승훈(43)씨의 자택 등까지 함께 압수수색한 것도 이유 때문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번에 압수수색을 당한 경남기업 내의 장소는 15일 때와는 전혀 다른 곳”이라며 “(경남기업 임직원들의 증거인멸 정황 확인을 넘어) 삭제ㆍ인멸되거나 은닉된 증거를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했다. 금품로비 관련 자료가 숨겨진 ‘비밀의 방’을 알게 되자 전격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성 전 회장의 ‘로비 장부’ 입수에 성공했다면, 수사는 의외로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수사팀은 또, 성 전 회장이 사망 전날(8일) 밤에 들렀던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도 이날 압수수색,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는지 등 그의 마지막 행적을 추적 중이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이 자원외교비리 등 검찰조사와 관련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이 자원외교비리 등 검찰조사와 관련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참여정부 시절 금품로비도 수사하나

수사팀이 2004~2007년 당시의 성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ㆍ사용내역까지 들여다보기로 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번에 제기된 금품 의혹들 중 가장 앞서 있는 시점은 김기춘 전 실장에게 10만달러를 건넸다는 2006년 9월이다. 그런데 이보다도 더 먼 과거를 문제 삼겠다는 것은 아무래도 참여정부를 겨냥했다는 관측이 많다. 성 전 회장이 참여정부 시절 두 차례의 특별사면을 받게 된 경위까지 살펴볼 것이라는 얘기다. 이명박(MB) 정부 시절의 의혹도 자연스럽게 수사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MB정부 당시 경남기업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간 만큼 정치권 인사들과 함께 경제관료들에 대한 수사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황교안 법무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리스트에 오른) 8명에 대한 수사가 1차적 수사지만, 정치권에서 오가는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성완종 리스트를 계기로 전ㆍ현 정부 시절을 가릴 것 없이 대대적인 사정 수사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참여정부와 MB정부의 실세들에 대한 금품로비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될 경우 정치적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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