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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은 미적대고 환경부는 뒷북 리콜… 소비자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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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은 미적대고 환경부는 뒷북 리콜… 소비자 뿔났다

입력
2015.11.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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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엔진 장착한 티구안 차량

질소산화물 최대 7.6배나 초과 배출

환경부, 과징금 141억 부과에

15개 차종 12만5522대 회수명령

폭스바겐 측은 보상 언급 없어

국내 소비자 소송도 줄 이을 듯

폭스바겐이 디젤차의 배출가스를 조작한 사실이 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확인됐다. 정부는 폭스바겐에 과징금 141억원을 부과하고 조작이 드러난 15개 차종, 12만5,522대에 대해 전량 회수(리콜) 명령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폭스바겐은 미온적으로 대처해 국내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환경부는 26일 국내 판매된 폭스바겐 디젤차 6개 차종을 검사한 결과 구형 엔진(EA189)이 장착된 티구안 유로5 차량에서 도로 주행 중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를 고의로 끄는 ‘임의 설정’, 즉 조작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EGR은 1차로 연소한 배출가스를 다시 엔진에 넣어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신형 엔진(EA288)이 장착된 차량에서는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문제의 구형 엔진이 장착된 차량은 티구안 2.0 TDI를 비롯해 제타 2.0 TDI, 골프 2.0 GTD 등 현재 국내에서 운행 중인 폭스바겐 차량(15만5,000대)의 81%에 해당한다. 폭스바겐은 이들 차량의 리콜 계획을 내년 1월 6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환경부는 리콜을 마친 차량에 스티커를 부착하도록 했다.

인증시험 아니면 질소산화물 ‘펑펑’

환경부 조사의 핵심은 폭스바겐 차량이 배출가스 인증을 받을 때만 EGR을 켜고 실제 주행 시 이를 끄는지 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검사장에서 시동을 끄지 않고 공회전을 하며 인증검사를 하고 실제 도로를 달리면서도 EGR 가동 여부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구형 엔진을 단 폭스바겐 ‘티구안’ 차량은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0.18g/㎞)을 최대 7.6배 이상 초과했다. 수도권 도로를 2시간 주행하며 평가한 결과에서도 미국 대기환경보호청(EPA)과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결정적인 증거는 엔진제어장치(ECU) 분석에서 나왔다. ‘티구안’의 ECU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시속 60㎞ 이상 가속하는 구간에서 EGR이 꺼졌고 곧이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급증했다.

폭스바겐 미온 대응…소비자 반발

환경부 발표에도 폭스바겐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이날 폭스바겐 코리아는 “관련 법과 규정에 의거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리콜 관련 세부 사항들은 폭스바겐그룹 본사가 기술적인 것들을 확정하는 대로 시행될 것”이라며 원론적인 대답만 내놓았다.

게다가 문제 차량을 구입한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보상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폭스바겐 코리아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에 대한 보상도 EPA 결과발표 후 한달 여가 지난 후 나왔다”며 “독일 본사에 현금 보상을 포함한 쿠폰 지급방안을 요청해 지침을 받을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그만큼 국내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폭스바겐의 미온적 대처와 정부의 거북이 행정을 질타했다. 미국 소비자에게 500달러 상당의 선불카드와 500달러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고 무상 수리를 약속했으면서 한국 소비자에게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를 향해 폭스바겐 사태가 시작된 지 두 달이 흐르도록 선행조치를 내놓지 않아 폭스바겐그룹이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소송도 급격하게 확산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에 폭스바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국내 소비자는 현재 2,400명에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소송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한 사람이 7,000명”이라며 “환경부가 불법성을 인정해 소송인단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제재는 실효성 없을 듯

업계는 환경부의 판매정지 명령과 인증 취소가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차량들이 29일부터 판매할 수 없는 유로5 차량고 재고도 466대밖에 남아있지 않아 판매정지의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인증 취소 결정도 제작사가 문제된 차량을 수리해 다시 인증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인데 리콜 후 중고차로 팔면 아무 문제가 없다.

환경부의 추가 대책 역시 사후약방문에 그쳤다. 2017년 9월부터 실도로 주행 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인증기준의 2.1배를 넘는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고 임의설정으로 적발된 차량의 과징금 상한액을 현행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겠다는 내용이지만 폭스바겐 사태에 적용할 수는 없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문제 차량의 연비를 조사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미국에서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추가로 밝혀진 포르쉐 3000cc급 디젤차를 포함해 현대ㆍ기아ㆍ르노삼성ㆍ벤츠ㆍ볼보 등 국내에 차량을 판매하는 16개 업체의 디젤차에 대해서도 다음달부터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임의 설정 여부를 검사하기로 했다. 결과는 내년 4월 발표될 예정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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