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오
부장

등록 : 2017.07.11 20:00
수정 : 2017.07.11 20:00

[편집국에서] 원전과 동거 향후 60년 어떻게 보낼까

등록 : 2017.07.11 20:00
수정 : 2017.07.11 20:00

10일 오후 공사가 중단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호기 건설 현장.연합뉴스

미세먼지는 어느새 우리 일상을 좌우하는 관심사가 됐다. 지구온난화와 그 주범인 온실가스의 문제점도 이젠 상식이다.

그 해결책의 하나로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 이미 전체 자동차의 29%가 전기차일 정도로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활발하지만 우리나라는 0.2% 수준이다. 환경 차원뿐 아니라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도 전기차 보급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려면 전력 생산도 늘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 화력발전소가 더 많이 필요해진다면 이보다 더한 블랙코미디가 있을까. 전기차가 진정한 저공해 이동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발전과정에서 배출가스 최소화가 필수 전제조건이다.

지난달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 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 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그 이후를 관심 있게 지켜본 기자에게는 충분히 공감하는 우려이고, 그래서 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

그런데 탈원전 정책은 에너지체계 개편과 맞물리면서 까다로운 선택의 문제가 발생한다. 원자력은 분명 위험한 에너지다. 사고 가능성이 극히 낮더라도 발생하면 수습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원전 폐기물 처리나 수명이 다한 원전을 해체하기 위한 비용도 천문학적일 뿐 아니라 관련 기술조차 확립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세먼지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 보면 깨끗하고 경제적인 에너지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 공약에 따르면 정부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탄발전 비중은 2016년 39.3%에서 2030년 25%까지 낮추고 원전 비중도 30.7%에서 18%로 낮추려 한다. 같은 기간 액화천연가스(LNG)발전 비중은 18.8%에서 37%로, 신재생에너지는 4.7%에서 20%로 높아진다. 궁극적인 청정에너지인 신재생의 발전속도가 더딘 점을 고려해 향후 10여년 동안은 석탄이나 원자력 대신 LNG 발전 비중을 높여 과도기를 견디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서 선택의 갈등이 존재한다. LNG발전 비중이 높아지면, 미세먼지는 줄어든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원전이 LNG발전의 2%에 불과하다. 여기에 원전의 효율성을 고려할 경우 원전비중을 유지하면 석탄발전 비중을 25%보다 훨씬 더 낮출 수 있다. 결국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원자력을 유지하며 석탄발전을 급격히 낮추는 게 옳다. 최근 문 대통령에게 ‘탈원전 정책을 신중히 재고하라’고 공개서한을 보낸 미 단체 ‘환경 진보’(Environmental Progress)를 비롯해 화력발전보다는 원전이 깨끗하다고 주장하는 환경론자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공사가 중단된 신고리 5ㆍ6호기를 포함, 이후 모든 원전 건설계획을 중단하면 문 대통령이 약속한 원전 비중을 18%로 축소하는 게 가능하다. 그래도 시운전 중인 경북 한울 1호기가 올해 가동하고 내년 완공하는 신한울 2호기, 부산 신고리 4호기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 원전이 완전 퇴치되기까지 60년이 남아 있다. 그 기간 화력발전소와 노후원전을 조기 폐쇄하고 대신 신고리 5ㆍ6호기를 건설해 활용하는 게,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데 그리고 원전사고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성숙해 원전 없이 필요 전력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게 된다면, 60년을 기다릴 필요 없이 원전을 폐쇄하면 된다.

곧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 위원회가 활동에 들어간다. 이어 2017~31년까지 적용될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수립작업이 시작된다. 원전을 둘러싼 찬반논쟁은 벌써 과열돼 이념투쟁으로 비화한 것처럼 보인다. 부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위험하지만 깨끗한 원자력의 양면성을 적절히 고려해 환경과 안전 두 토끼를 동시에 잡는 현명한 결정이 나오길 기대한다.

정영오 산업부장 young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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