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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위 스트레스” 손사래 치는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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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위 스트레스” 손사래 치는 교사들

입력
2017.12.25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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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항의·학생 진술서 받기 고역

보고서 등 작성할 문서만 수십종

업무 폭증에 수업준비도 못 할 지경

기간제·신입 교사에 떠넘기기 일쑤

외부 이관 요구하지만 교육청 난색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학폭(학교폭력) 책임교사요? 행정업무에다 불신하는 학부모 항의까지, 힘들어서 아무도 안 하려고 하죠. 학교에서는 무조건 지정을 해야 하니까 기간제 교사나 신입 교사에게 떠미는 경우가 많아요. 비정규직 교사에게 학폭 책임교사 안 하면 계약해 줄 수 없다고 할 때도 있습니다.”

서울의 G고 교사는 기피 보직 1순위가 된 학교폭력 책임교사의 현실을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책임교사에게 과중한 업무가 몰리고 공정성에 대한 의심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이런 업무를 교육청 등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교육 당국은 반대하고 있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별로 운영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책임교사의 업무 과중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22일 정부는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학폭위를 열지 않고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학교 안팎 폭력 대책을 발표했으나, 학폭위 기능 외부화는 빠져 있어 교사들의 불만이 크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장은 교감, 전문상담교사, 보건교사 및 책임교사 등으로 학교폭력 전담기구를 구성해야 하며, 실무 대부분은 책임교사에게 돌아간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책임교사는 정식 학폭위가 개최되기에 앞서 신고대장 및 가ㆍ피해자 진술서 작성, 전담기구 회의 소집 및 보호자 확인서 발송, 학폭위 회의록 및 결과 보고서 작성 등의 업무를 맡는다. 작성 문서만 수십종에 이른다.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학폭위 결과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할 경우에도 기본 행정 업무를 도맡는다. 2014년 1만9,512건이던 전국 초ㆍ중ㆍ고 학폭위 심의 건수는 지난해 2만3,673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서울 M 초등학교 교사는 “아직 언어능력이 부족한 어린 학생들에게 가해, 피해 사실을 6하원칙에 맞춰 진술을 받는 게 특히 힘들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외부전문가 등 최소 5인으로 구성되는 학폭위를 소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다. 지난해까지 학폭 책임교사를 지낸 김모씨는 “학폭위 위원들이 늦거나 출석하지 않아 종종 연기되기도 하는데 수업준비도 못하고 일주일 넘게 일정이 꼬이기도 한다”며 “학교의 처리 과정을 못 믿는 가해자ㆍ피해자 학부모들로부터 폭언에 가까운 항의를 듣는 건 일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서울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 사태에서 보듯이, 학교측의 조사내용이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의혹을 받기도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 관계자는 “최근 설문조사 결과 교원 80%가 학폭위를 교육청이나 외부전문기관 등에 이관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학교와 교원이 과중한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교육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즉각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외부기관이나 교육청으로 이관하는 데 부정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부전문기관으로 이관하게 되면 사법기관의 판단처럼 비쳐 학생 간 화해나 치유의 여지를 더 없앨 수 있는 등의 부담이 있어서 시ㆍ도교육청도 모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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