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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삼성' 승계작업 탄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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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삼성' 승계작업 탄탄해졌다

입력
2015.05.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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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결의

李, 안정적 그룹 경영권 확보

합병회사 이름 삼성물산으로

그룹 지배구조 단순ㆍ투명해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전격 합병을 단행한다. 그만큼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를 아우르면서 그룹 지배구조가 단순하고 투명하게 바뀐다. 더불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삼성물산을 통해 안정적인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합병은 9월1일 이뤄지며, 그룹의 정체성을 감안해 삼성물산을 사명으로 정했다. 제일모직 대 삼성물산 주식의 합병 비율은 1 대 0.35이며, 제일모직 신주를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하는 방식이다.

양 사는 합병을 통해 건설·종합상사·패션·리조트·식음료 등을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양 사 합쳐 34조원이던 매출을 2020년 60조원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은 "인간의 삶 전반에 걸친 프리미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룹 내 미래 먹거리인 신수종 사업도 총괄하게 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3%와 4.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합병으로 삼성물산은 신수종 사업의 최대 주주가 됐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패션에서 바이오까지 다양한 사업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26일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본사 모습. 이날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을 단행했다. 이로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안정적인 그룹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뉴시스
26일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본사 모습. 이날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을 단행했다. 이로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안정적인 그룹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뉴시스

양 사 합병의 초점은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안정적인 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 회장의 쓰러진 지 1년이 넘은 상황에서 이재용 체제 출범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는 평이었다.이 부회장은 그룹의 주력사인 삼성전자 지분이 0.57%, 삼성생명 지분은 0.06%에 불과하다. 따라서 증권가에서는 그룹 지배권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끊임없이 우려했다.

그러나 이번에 양 사가 합병되면 이 부회장 일가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통해 이 같은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갖고 있는 회사다. 즉,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통해 삼성전자 지배력까지 강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부회장은 합병회사 지분을 16.5% 보유하게 된다. 여기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이 각각 5.5%씩 갖게 된다. 또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도 기존 제일모직과 삼성생명 지분에 따라 합병회사 지분 2.9%를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오너 일가의 삼성물산 지분은 30.4%에 이르러 안정적인 그룹 경영이 가능하게 된다.

재계에서는 이런 점을 감안해 이번 양 사 합병으로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의 8부 능선을 넘었다고 본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은 그간 지분이 적었던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그룹 전체에 대한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그룹 승계의 상징적 측면과 실질적 지배력을 모두 갖추게 됐다. 이 부회장은 최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갖고 있던 그룹 총수의 상징적 자리인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물려받으며 상징적 측면에서 대외적으로 승계 작업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또 계열사간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도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그룹 안팎으로 지배 구조가 단순하고 투명해진 효과를 얻게 됐다. 기존 삼성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 순으로 지분이 물고 물리며 이어지는 순환 출자 구조였다. 그러나 양 사 합병으로 제일모직이 빠지면서 그룹 지배구조가 삼성물산-삼성생명ㆍ삼성전자로 단순화됐다.

여기에 이 부회장은 양 사 합병에 따른 여러가지 상징적 효과도 갖게 됐다. 우선 삼성물산은 1938년 설립된 그룹의 모태 삼성상회를 이어받은 회사이면서 그룹 내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를 담당하는 삼성바이오로지틱스의 최대주주다. 즉, 이 부회장은 그룹 승계 외에도 그룹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의미까지 얻게 됐다. 반면 3세 승계작업이 개시된 이래 특검, 검찰 수사를 받으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에버랜드’라는 이름은 제일모직과 어색한 동거를 통해 남아 있었는데 삼성물산 합병으로 사라지게 됐다.

사업간 연계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놀이공원인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 통합을 통해 테마파크 사업의 해외 수출도 겨냥할 수 있다. 삼성물산 건설, 제일모직 건설부문의 서로 합쳐져 해외 시장 진출 및 다른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삼성 관계자는 “제일모직의 패션, 식음료 사업이 삼성물산의 해외 네트워크를 타고 빠르게 확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한편 제일모직은 1963년 설립된 에버랜드와 제일모직 패션사업 부분이 2013년 제일모직 이름으로 합쳐 지난해 상장했다. 주로 건설과 식음료 서비스, 패션 사업에 치중해왔다. 삼성물산은 1975년 종합상사 1호로 지정돼 해외영업에 전념해오다가 1995년 삼성건설과 합병 해 건설과 상사 부문으로 나눠서 활동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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