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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가정방문 절실한데… 부모 “상관 말라”막으면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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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가정방문 절실한데… 부모 “상관 말라”막으면 속수무책

입력
2016.01.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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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알아서… 찾아오지 말라”

면박 당하고 문전박대 일쑤

교사가 아동 학대 의심돼도

신고하려면 신분 노출에 보복 위험

“경찰 동반 등 권한 강화” 목소리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18일 서울의 한 지역에서 어린이가 홀로 골목길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18일 서울의 한 지역에서 어린이가 홀로 골목길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지난해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았던 A교사는 B(10)군이 무단으로 장기 결석을 반복하자 여러 차례 등교를 독촉하는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B군의 아버지는 그 때마다 “곧 학교에 보낼 테니 집에는 절대 찾아오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B군은 학교에 돌아오지 않았다. 전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가정으로 보낸 등기 우편도 두 차례나 반송된 상황이라 더 이상 B군의 소재를 확인할 길은 없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결석 3개월이 지나면 B군은 교육당국이 사실상 소재를 더 이상 추적할 수 없는 ‘정원 외 관리대상’으로 분류되는 상황이었다. 이를 지켜볼 수 없었던 A교사는 아버지 동의 없이 가정을 찾았다. 2시간이 넘게 문을 열어달라며 설득도 하고 하소연도 했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다행히도 외출해 있었던 B군을 집 앞에서 만나 집 안을 들어가보니 방에는 담배꽁초와 소주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B군의 아버지는 술에 취해 큰 대자로 누워 있었고 어머니는 가출해서 없었다. 학교를 나오지 않았던 B군은 돌보는 이 없이 방임(아동학대)되고 있었던 것이다. A교사는“아버지가 술에 취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주거 침입죄로 고소당했을 것”이라며 “장기 결석 아동에 대한 교사의 가정방문을 보장해주는 법적 장치는 전무하다”고 말했다.

인천 여아 학대 사건과 부천 남아 시신 훼손 사건의 피해자가 모두 장기 결석 초등학생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교사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정작 교사들은 “학대가 의심되는 장기 결석 아동이 있어도 부모가 가정 방문을 거부하면 더 이상 교사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호소한다.

18일 일선 교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교사가 장기 결석 아동의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는 방식은 한계가 뚜렷하다. 학대 의심 정황이 있어도 부모가 방문을 거절하면 교사가 학생의 집을 방문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강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28년째 교직 생활을 하고 있는 C(51)교사는 5년 전 맡았던 D(당시 12세)군의 집을 찾았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무력감에 사로잡힌다. C교사는 다른 학부모들부터 무단 장기 결석을 수시로 하는 D군이 “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맞고 다닌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여러 차례 D군의 아버지와 통화를 했지만 그는 “집에는 오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할 수 없이 집 앞까지 직접 찾아갔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아이를 훈육하는 건 가정의 일이니 선생님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라고 면박을 줬다. C교사는 “결국 학교에 돌아오지 않은 D군을 정원 외 관리대상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아동학대처벌 특례법 상 교사는 경찰에 아동학대가 의심될 경우 신고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이는 현실을 모르는 조항”이라고 지적한다. 익명으로 신고한다고 해도 조사 과정에서 학부모의 보복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교사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조항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버지가 부엌칼로 자신을 위협한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아동학대로 신고한 적이 있다”며 “조사를 받고 온 아버지가 곧장 학교로 와 ‘내 아이 교육시키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며 멱살을 잡고 화를 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또 아동 학대인지 아닌지 여부를 교사가 주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도 경찰 신고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학생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것이 교사일 수밖에 없는 만큼, 전문가들은 학대 아동 가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교사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동학대 전문변호사인 이명숙 변호사는 “학교를 정당한 이유 없이 무단결석 시키는 것 역시 아동학대인 ‘교육적 방임’에 해당하기 때문에 교사에게 가정 방문 권한을 주거나 경찰 등 공권력을 수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선미 안산 성포중 상담교사는 “장기 결석한 학생에게 몇 번 독촉장을 보내고 몇 번 전화를 했을 때 응하지 않으면 가정방문 강제력을 발휘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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