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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희토류 수출 중단하자... 공급처 다변화 계기로 삼은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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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희토류 수출 중단하자... 공급처 다변화 계기로 삼은 日

입력
2017.11.02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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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 중국.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대 중국.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이 정치 문제 때문에 주요 교역 당사국과 날을 세우며 상대를 길들이려 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노르웨이와, 일본, 필리핀 등에도 수 년에 걸쳐 ‘경제적 보이콧’으로 전방위 압박을 가한 전력이 있다. 중국의 보복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중 관계 복원에도 이번 사태를 교역 다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르웨이는 노벨평화상 문제로 중국으로부터 7년 가까이 전면적인 관계 단절을 당한 적이 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2010년 중국 반체체운동가 류사오보(劉曉波)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고, 중국 정부는 이를 자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류사오보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수 차례 투옥됐고, 정치참여 금지 및 가택연금 등의 탄압을 받았다.

노벨위원회가 정부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위원회였지만, 중국은 곧바로 노르웨이에 보복 조치를 시작했다. 노르웨이와 추진 중이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무기 연기하는 등 교류를 사실상 전면 중단했다. 특히 노르웨이로부터 수입하던 연어를 금수(禁輸) 조치했다. 연어는 노르웨이의 아킬레스건이었다. 2010년까지 중국 시장을 90% 이상 차지했던 노르웨이 연어는 이듬해 대중 수출이 70% 이상 급감, 곤욕을 치렀다.

양국 관계는 지난 4월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FTA 협상 재개에 합의하며 복원됐다. 류사오보는 지난 7월 사망했다. 그 사이 중국 연어 시장의 주도권은 칠레, 페로제도(덴마크 자치령), 캐나다 등으로 옮겨갔다. 7년 간 노르웨이가 입은 수출 피해는 7억8,000만~13억달러로 추산된다.

중국은 영토분쟁을 이유로 일본에 경제 보복을 가하기도 했다. 2010년 9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이 일본 해상보안청에 나포되자 중국에선 반일시위가 잇따랐다. 곧 이어 일본상품 불매 운동이 시작됐고, 일본 관련 시설이나 일본 상품을 파는 곳은 시위대 공격도 받았다.

특히 당시 일본 입장에선 중국이 희토류(지구 상 미량으로 존재하나 전자제품 등 소재에 필수적인 17개 원소) 수출을 중단한 게 뼈아팠다. 희토류 없이 전자제품 생산이 불가능한 일본은 중국인 선장을 석방하며 중국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본은 이 사건을 희토류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계기로 삼았다. 미국 역시 자국 내 희토류 수출금지 조치를 풀어 중국의 통제력을 떨어뜨렸다. 결국 희토류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고, 이러한 파장은 중국 희토류 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미국ㆍ유럽연합ㆍ일본은 희토류를 통제한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WTO는 중국의 조치를 불공정 무역으로 간주했다. 중국이 함부로 경제 보복에 나섰다 국제 사회의 역습에 명분(국제분쟁 패소)과 실리(시장 통제력 상실)를 모두 잃은 사례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언제든지 한중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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