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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시어머니 생각하며 나홀로 어르신에 설렁탕 대접”

입력
2017.03.2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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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옥’ 사장 이순자씨

28년째 매달 말일 선행

서울 을지로4가에 위치한 설렁탕집 '문화옥' 사장 이순자씨는 27년째 독거노인들에게 무료 점심을 대접하고 있다. 중구청 제공
서울 을지로4가에 위치한 설렁탕집 '문화옥' 사장 이순자씨는 27년째 독거노인들에게 무료 점심을 대접하고 있다. 중구청 제공

서울 중구 을지로4가에 위치한 설렁탕집 ‘문화옥’은 매달 말일 무료 점심을 먹으러 온 독거노인 100여명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문화옥 사장 이순자(77)씨가 1990년부터 남몰래 행해온 선행이다. 이씨는 “외며느리인 저를 아껴주셨던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시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며 “그때부터 동네에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설렁탕 한 그릇을 대접해 왔다”고 말했다.

을지로 토박이였던 이씨는 27세에 남편과 결혼해 분가했으나 형편이 어려워 3년 후인 1969년 시어머니와 살림을 합쳤다. 자연스레 시어머니 밑에서 고기 손질부터 국물 끓이는 방법 등을 배우며 20여년간 동고동락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음식 솜씨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문화옥 본점을 이씨에게 넘기고 종로5가에 분점을 낼 정도로 이씨를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요즘 말로 하면 시어머니가 이씨의 멘토였던 셈이다.

이씨가 가업을 물려 받은 후 문화옥은 2012년 농림수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이 발표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선’에 뽑혔고, 2015년 서울시가 선정한 서울미래유산에 지정되기도 했다.

문화옥의 가치는 뛰어난 맛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씨는 시어머니가 1987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봉사활동을 하러 동네 경로당을 찾았다가 어르신들이 점심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당시는 경로당 지원이 충분치 않아 시어머니와 같은 또래 어르신들이 점심도 거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분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챙겨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봉사에 눈을 뜬 이씨는 2000년대 중반까지 집에서 떡을 만들어 매달 종로 탑골공원에서 어르신들에게 나눠주고, 남산에 있는 한 고아원 어린이들을 초청해 매달 합동생일잔치를 열어줬다. 이씨는 “앞으로도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 가고 싶다”며 “제가 만든 음식을 먹고 여러 사람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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