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진영 출마 저울질만
추미애 송영길 양자구도 기울어
컷오프 제도 등 유명무실 가능성
“전대 후 친노 독주 체제” 전망까지
더불어민주당의 8ㆍ27 전당대회가 초반부터 김 빠진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주류 진영의 추미애, 송영길 의원 외에 출마 의사를 분명히 밝힌 후보가 없는 데다, 출마를 검토 중인 일부 후보들도 불출마로 기울 경우 ‘컷오프’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아 벌써부터 전대 흥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주 김부겸, 박영선 의원이 전대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다자구도로 진행됐던 전대가 양자구도로 빠르게 정리되고 있다. 이들은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갖췄고 당 주류인 친노무현계에 비해 계파색이 옅어 대선에 앞서 당의 외연 확장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이들의 퇴장으로 차기 당권구도가 추, 송 의원의 양자구도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양자구도가 흥행 부진의 직접 원인은 아니다. 문제는 두 유력 당권주자가 모두 친노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반면, 이들에 맞설 비주류 진영의 후보는 떠오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이종걸, 김진표, 신경민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이 중 사실상 친노계를 견제할 수 있는 후보로는 이, 신 의원 정도가 꼽힌다. 그러나 두 의원은 당내 비주류를 결집할 요인이 없다는 점에서 막판까지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류의 한 축이었던 호남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으로 탈당한 데다, 지난해 문재인 전 대표 체제에서 모집한 10만 온라인 당원들의 성향이 주류와 가깝다는 점도 비주류의 도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당내에선 전대 이후 당내 차기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친노계의 좌장인 문 전 대표 독주 체제가 굳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더민주 관계자는 “비주류의 구심점이 사라진 상황에서 어떤 후보도 친노의 지원 없이 당내 경선에 나서기 쉽지 않은 환경이 고착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이 대선을 앞두고 외연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전대가 주류 진영의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컷오프를 위한 예비경선도 치러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전대준비위원회는 4명 이상의 후보가 출마할 경우 예비경선을 통해 3명으로 압축하기로 했으나, 일부 후보들은 예비경선에서 3위 안에 포함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출마 포기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