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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보수 생존의 비결, 2004년 위기극복 모델

입력
2017.11.13 14:3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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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지난 2일 1호 당원인 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출당조치를 내리고 이에 답하듯 9일 바른정당으로 이탈했던 8명의 의원이 복당했다. 이합집산이 시작됐다. 선거가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케 한다. 익숙한 모습이다. 여야 공수가 교체되고 주인공만 바뀌었을 뿐이다.

2007년 대선에서 정권심판을 당한 열린우리당은 선거 전후로 ‘혁신’을 명분으로 탈당과 신당 창당을 반복하며, 선거를 앞두고 ‘반한나라당’ 연합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며 ‘통합’에 매진했다. 이제는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의 수많은 당명이 만들어졌고 당대표의 얼굴은 바뀌었지만, 그들만이 ‘감동’하는 통합선언이 반복되었다. 친노, 비노 모두 정치적 책임전가에 급급했고, 정권을 잃은 후에도 혁신은 실종되고 대안 없는 네가티브 공세로 일관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제외하면 결과는 늘 신통치 않았다. 2010년의 승리는 2009년 야권을 상징하는 노무현, 김대중 두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분열했던 과거의 지지층 일부가 복원된 결과다. 반짝 승리에 불과했다. 불과 2년 후 이명박 정부 심판론이 60%를 상회하는 조건에서 치러진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180석도 가능하다던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과반의석을 내줬고, 박근혜 후보가 민주화 이후 첫 과반 지지율을 기록하며 승리하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2016년 총선과 2017년이 되어서야 야권에 ‘자강론’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등장했고, 자강의 핵심은 자기 성찰과 혁신에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시계바늘은 다시 십 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합해도 20%도 안 되는 두 개의 보수정당으로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동하고 있는 듯하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70%이 넘어서도 전가의 보도인 색깔론과 네가티브 공세로 흩어진 지지층을 결집시키면 혹시 길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존본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강성 보수성향의 정치인 뿐 아니라 비교적 합리적 보수로 보였던 정치인들 중 상당수도 유혹을 못 이기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하지만 그곳에는 활로가 없다. 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세력이 한국의 보수정당이다. 2004년 탄핵역풍을 극복한 위기극복모델을 떠올려 보라. 당시 한나라당은 비주류 소수파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다 촛불의 역풍에 직면했고, 16대 총선에서 50석도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우선, 그때까지만 해도 개혁보수로 분류되던 비주류 박근혜 의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고 전권을 넘겼다. 탄핵을 주도한 주류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물은 것이다. 또한 비대위는 대정부 네가티브 공세를 중단했다. 천막당사 이전과 당 연수원 매각 대금의 국고환수 등, 자기반성과 혁신 우선의 메시지를 통해 신뢰회복에 주력했다. 총선 압승이후 열린우리당이 이념적 쟁점에 매달리며 민심이 이탈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전면적 대정부 공세에 나섰다.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까지 23대 0의 연승 신화가 만들어졌다.

위기 타개에는 수순이 중요하다. 대통령의 국정농단의 정치적 책임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개인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집권여당으로서의 정치적 책임에 대한 인정이 우선이다. 혁신 없는 통합에 매달려서는 일부 정치인의 정치생명을 연장시킬 수는 있어도 보수의 회생 가능성은 멀어진다. 통합이라도 하고 보자는 생존 본능을 넘어서야 한다.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지만 자력으로 회생에 성공했던 2004년의 경험에서 출발하라. 자신의 성공사례는 잊고, 상대 정당이 10년 동안 보여준 실패의 전철을 밟고 있는 한, 한국 보수정치의 미래는 없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정한울 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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