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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두드려라 규제신문고

입력
2017.03.2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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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각국 정부의 규제개혁을 지원하기 위해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기존 규제에 대한 국민의 손쉬운 이의제기 시스템 구축을 중요한 규제개혁 수단으로 밝히고 있다. 규제개혁을 위해서는 피규제자가 규제기관의 결정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이의제기는 독립기관에 의해 검토돼야 함을 강조한다.

규제의 제ㆍ개정에 이해관계자가 공개 참여할 수 있을 때, 정부는 피규제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정부 신뢰를 높여 규제 순응을 끌어낼 수 있다. 많은 경우 피규제자가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자원과 기회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적정 통로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즉, 개혁이 필요한 문제를 정부가 알기 어려우니 국민 의견을 쉽게 들어 반영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게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3월 규제개혁장관회의 때 “국민의 규제개선 의견을 직접 듣고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돼 온라인 중심의 원스톱 규제건의 창구를 개설하고 이를 ‘규제개혁 신문고’라 명명했다. 초창기에는 수많은 국민 의견 수렴 창구의 하나려니 하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개설 3주년인 지금 규제개혁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 게 바로 규제신문고다.

규제신문고 작동의 핵심은 국민의 합리적 건의가 사장되지 않도록 건의접수→부처답변(1단계, 14일 이내)→총리실 소명요청→소명답변(2단계, 3개월 이내)→규제개혁위원회 개선권고(3단계) 등 세 차례의 검토 과정이다. 이런 절차를 통해 국민 입장에서 제도 작동을 검증하고, 소관부처 등은 원점에서 규제제도를 재검토, 건의를 수용하거나 대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특히 부처의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해 ‘답변실명제’를 통해 담당 과장이나 국장이 실명으로 직접 답변토록 해 공무원이 규제개혁 노력을 게을리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지난 3년 간 국민생활의 불편을 해소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규제를 개선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기업규제개선을 통해 중소기업인과 벤처기업인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구현되는 결실이 있었다. 2013년 300건에 불과하던 개선 건의 건수가 규제신문고 운영 3년 간 1만5,000여건으로 폭증했고, 건의 수용률이 40%에 달해 국민 기대에 부응했다. 근거가 희박한, 수박 꼭지 유무에 따른 신선도 판단기준을 개선했고, 소비자 편의를 증진하고 새로운 형태의 융복합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숍인숍이 허용되었다. 산업단지 내에 산업시설과 지원시설의 복합입지가 가능토록 한 것도 규제개혁 신문고에 덕분이다. 드론을 활용한 무인항공방제기가 정부지원대상 농업기계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한 것은 관련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농가 생산성을 높인 규제 품질개선의 대표적 사례이다.

규제 개선이나 합리화를 포함한 규제개혁 노력 하나하나는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 있으나 피규제 당사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실제 개선사례의 70% 이상이 국민생활이나 자영업자와 관련되는 규제임을 감안할 때 규제개혁 작업은 이제 공무원 중심에서 국민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규제신문고의 성공은 정부개혁에 국민의 참여와 소통 그리고 협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고 있다. 적절한 제도적 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꾸준히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개혁과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음을 규제신문고는 보여준다.

김주찬 광운대 행정학과교수ㆍ한국규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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