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범인잡는과학] “현장 상황과 시신의 모습이 맞지 않을 때 타살 의심 시작”

입력
2017.04.18 04:40
0 0

모든 흔적 담고 있는 시신

‘시체얼룩’ 시반의 위치에 따라

자살ㆍ타살 여부, 사망시간 추정

변사자 생활 환경도 판단 근거

60대 남녀 변사 사건의 과학수사를 담당했던 임채원 전남경찰청 과학수사계 검시팀장
60대 남녀 변사 사건의 과학수사를 담당했던 임채원 전남경찰청 과학수사계 검시팀장

목 부위가 압박돼 질식으로 숨진 자의 사인은 ‘경부압박질식사’로 동일하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스스로 목을 매고, 또 어떤 사람은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과학수사요원들은 이 둘의 차이를 밝히기 위해 시신을 과학적으로 바라보고 분석한다. 임채원 전남경찰청 과학수사계 검시팀장은 “시신에는 모든 흔적이 남아있다”며 “미리 파악한 현장 상황과 시신의 모습이 맞지 않을 때, (타살의) 의심은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목을 매 사망한 시신과 타살된 뒤 목맴사로 위장된 시신이 보이는 현상은 다르다. 가장 눈에 띄는 흔적은 시반(屍斑), 즉 ‘시체얼룩’이다. 사람이 사망해 심장이 멈추면, 혈액의 45%를 차지하는 혈구가 중력에 의해 시체의 아래쪽으로 쏠리면서 근육 속으로 스며든다. 임 팀장은 “(타살된 채) 눕혀진 시신에서는 시반이 시신의 등과 엉덩이 쪽에 생길 확률이 높고, 높은 곳에 목을 맨 채 사망했다면 다리 아래쪽과 손 끝에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망한 지 5시간 이내에는 시신의 체위 변화에 따라 시반이 이동하기도 하고, 시반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손 자국이 하얗게 생기기도 한다. 이를 통해 대략적인 사망시간도 추정할 수 있다.

시신 목에 남아있는 끈 흔적의 형태도 자살과 타살을 가른다. 자살의 경우 끈에 본인의 체중이 실리기 때문에, 끈이 팽창해 뜨면서 귀 뒤쪽부터는 자국이 끊긴다. 그러나 누군가에 의해 끈으로 살해된 경우, 가해자가 끈을 꽉 조이기 위해 목 뒤쪽에서 교차하면서 목 전체에 이어진 형태의 자국이 생긴다. 끈의 무늬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목에 밧줄 무늬가 남아있는데 시신이 노끈이나 전선에 걸려 있다면, 타살된 뒤에 자살로 위장됐을 가능성이 높다.

목을 맨 채 사망한 시신 얼굴의 색깔도 중요하다. 발이 완전히 허공에 뜬 채로 사망한 경우에는 목을 지나가는 정맥과 동맥이 완전히 차단돼 얼굴이 창백하다. 그러나 발이 땅에 닿은 채 사망했거나 타인에 의해 목이 졸려 사망했다면 얼굴 전체가 암적색을 띤다. 피부와 가까이 있는 정맥만 차단돼 얼굴의 혈압이 상승, 얼굴이 붓고 모세혈관이 터지기 때문이다. 이때 눈꺼풀 안쪽과 같이 모세혈관이 많은 곳에는 작고 빨간 점, 즉 일혈점이 관찰되기도 한다.

자살과 타살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변사자의 주변 환경, 우울증과 같은 병력, 통신 기록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임 팀장은 “시신에서 발견되는 작은 상처나 멍 하나로 인해 일반 변사 사건이 ‘살인 사건’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신속 정확한 검시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광양=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