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만 7명…전문가들 상위 그룹에
당선 안정권 A그룹 분리에도 항의
더불어민주당은 20일 비례대표 후보 43인 명단을 발표하자마자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일부 후보자들의 자격논란에 더해 절차상 문제까지 제기되며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기 위해 열린 중앙위원회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연기됐다.
더민주가 이날 발표한 4ㆍ13 총선 당선 안정권의 비례대표 후보엔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대거 포함됐다. 당선 안정권의 경우 비례대표 1번에 배치된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를 비롯해 조희금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 등 교수만 총 7명에 달했다. 순번 20번까지 60세 이상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며 평균연령이 55.4세를 차지해 19대 때(49.9세)에 비해 젊은 층이 줄었다. 장애인이나 다문화, 사회적 소수자 등은 예전과 달리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당시 민주통합당이 고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인 전순옥 의원을 비례대표 1번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상임대표이자 시각장애인인 최동익 의원을 2번에 공천했었다.
‘깜짝 인사’없는 더민주의 비례대표 명단은 전문성과 ‘우 클릭’을 내세워 당의 외연 확장과 함께 수권정당으로 탈바꿈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9대 총선에서 시민사회와 노동계 인사들을 전면 배치, 당의 정체성을 강조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후보자 검증의 미비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사천’논란으로 빛이 바랐다는 평가다. 이날 공개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은 상당수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의중이 대부분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거듭 “공관위는 명단만 작성했을 뿐 순서 배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정한 것”이라고 밝히며 사실상 개입여지가 없었음을 인정했다.
더민주는 이날 오전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AㆍBㆍC 그룹으로 나눠 발표했다. A그룹은 1~10번으로 당선안정권이고 B그룹은 11~20번, C그룹은 21~43번이다. 이 중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김 대표,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송옥주 더민주 홍보국장만 김 대표 권한으로 각각 1, 2, 6, 13의 순번이 확정됐다.
그러나 지도부는 박경미 교수를 포함해 안정권에 든 후보들의 선출 이유를 전혀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공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교수의 1번 배치에 대해 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홍 위원장은 “우리 공관위원들도 처음에는 갸우뚱 했는데 활동도 많이 하고 신선한 바람이 있었다”며 “수학 바람도 일으키고 알파고에서도 수학이 중요하지 않느냐. 교육과 관련해서 굉장히 알려진 사람이더라”는 다소 황당한 설명을 내놓았다.
나머지 후보들은 중앙위원들 투표에 따라 그룹 내에서 순번을 정하기로 했는데 일부 중앙위원들은 중앙위가 열리자마자 비례대표 후보들의 자격과 이 같은 선출방식 등을 앞다퉈 비판했다. 더민주 당헌 102조 3항에는 비례대표의 경우 당선 안정권의 20%만 지도부가 전략 공천할 수 있는데, 후보자들을 그룹 별로 나눠 당선 안정권을 미리 정해놓은 것은 이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박우섭 중앙위원은 “그룹을 나눠 투표하지 말고 전체를 놓고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의가 계속되자 중앙위 정회 후 당 지도부들이 급히 비례대표 선출방식에 대한 재논의에 들어갔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1일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김 대표가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배치한 데에도 중앙위원들의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광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오늘 김종인 대표의 ‘셀프 전략공천’은 정의롭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며 “어떻게 자신이 셀프로 비례대표 2번을 공천할 수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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