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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원 기자

등록 : 2017.04.02 08:00
수정 : 2017.04.02 10:15

일본, 뇌물 뜻하는 새 은어 ‘곤약’ 등장

[특파원24시] ‘아키에 스캔들’ 증언으로 회자돼

등록 : 2017.04.02 08:00
수정 : 2017.04.02 10:15

일본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국유지 헐값 매입' 사건의 주인공인 '모리토모 학원'의 가고이케 야스노리 이사장이 지난달 23일 도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증언 도중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우익사학재단 ‘국유지 헐값매입’ 문제가 불거지면서 돈과 뇌물을 뜻하는 각종 은어(隱語)들이 새삼 흥미롭게 회자되고 있다.

문제의 모리토모학원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이사장이 자민당 고노이케 요시타다(鴻池祥肇ㆍ전 방재담당장관) 참의원에게 봉투 전달을 시도하는 과정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은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고노이케 의원은 3년 전 국유지 매입건을 상담하러 온 가고이케 이사장 부부로부터 “종이에 들어있는 물건”을 건네 받고 바로 되돌려줬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돈인지 곤약인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종이로 감싼 돈을 일본인 식탁에 흔히 등장하는 곤약으로 빗댄 셈이다. 고노이케 의원은 직감적으로 돈이라고 느꼈지만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실제론 상품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렇게 곤약이 돈의 은어로 새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선 파벌정치 전성기에 돈과 관련한 다양한 은어들이 양산됐다. 전후 최악의 부정부패 스캔들로 불리는 1976년 록히드 사건 때는‘피넛(땅콩) 100개’라는 말이 등장했다. 뇌물수령 영수증 금액을 의미하는 은어로 사용된 말이다.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까지 구속된 이 사건 당시 피넛 1개는 100만엔(약 1,000만원)을 뜻했으니 1억엔이 포착된 것이다. 자민당 내 파벌경쟁이 극에 달했던 1960~70년대는 자파 의원 세 불리기에 돈다발이 화려하게 오고 갔다. 위스키업체 이름과 숫자를 빗대 2개 파벌로부터 돈을 받는 경우 ‘닛카’, 3곳에서 받으면 ‘산토리’, 모든 파벌로부터 받으면 ‘올드파’라는 표현이 생겨났다.

일본은행이나 대장성(재무성의 전신)을 상대로 정보입수 첩보전을 벌이던 금융계 행태는 더 흥미진진하다. 학연ㆍ지연을 총동원해 줄대기가 성행했고 접대자리가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일례로 “어젯밤은 ‘도본(깊은 물에 돌을 던질 때 풍덩하고 나는 소리)’이었지”라고 말한다면 한 사람당 5만엔 이상 격식을 차린 고액접대를 칭한다. 반면 ‘자분’이란 은어는 얕은 물에 돌을 던질 때 나는 ‘퐁당’의 의성어로 접대액 1만엔 안팎 가벼운 향응을 말한다.

일본에서 과거 뭉치돈의 기본단위가 1,000만엔이었지만 지금은 정치세계가 투명해지면서 100만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100만엔은 7㎜ 두께며 양복 정장의 모든 주머니를 사용할 경우 2,000만엔을 집어넣을 수 있다고 한다. 1만엔권 지폐 두께는 0.1㎜이고 100만엔이라면 약 1㎝다. 일본 슈퍼마켓에서 파는 곤약 두께는 1~2.5㎝ 정도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일본인들이 흔히 먹는 음식 곤약. 모리토모학원 국유지 헐값매입 사건 과정에서 돈과 뇌물을 상징하는 새로운 은어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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