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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新남방 동행 시대] 세계 물류 허브 꿈꾸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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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新남방 동행 시대] 세계 물류 허브 꿈꾸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넘는다

입력
2018.01.18 04: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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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이 지난해 인수한 말레이말레이시아 포트클랑의 U10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전동지게차로 물건들을 옮기고 있다.
CJ대한통운이 지난해 인수한 말레이말레이시아 포트클랑의 U10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전동지게차로 물건들을 옮기고 있다.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말레이시아 남서부 도시 말라카(Melaka). 말레이시아 역사의 시점인 말라카왕국이 1402년 시작된 곳이다. 이후 말라카왕국은 끊임없이 외세 지배에 놓여야 했다. 동서무역 요충지인 말라카 해협을 지배하기 위한 치열한 각축전 때문이었다. 항해술을 앞세운 포르투갈이 1511년 처음 차지했고, 이후에는 향료(후추)를 독점하려던 네덜란드가 1641년부터 지배했다. 1795년부터는 대영제국이, 20세기 들어서는 일본까지도 손을 뻗었다.

몰리는 기업들

‘물류 요충지’라는 명성은 1957년 말레이시아가 독립한 이후 퇴색되는 듯했다. 말레이반도 끄트머리의 조그만 섬나라 싱가포르 때문이었다. 영어를 제1공용어로 삼고, 낮은 법인세와 투명하면서 기업 친화적 제도로 무장한 싱가포르가 동서해양 물류를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인구 600만의 싱가포르가 ‘아시아 경제 허브’로 급성장하는 과정에 국제사회에서 말레이시아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말레이시아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타고난 지리적 이점, 저렴한 비용, 풍부한 천연자원 외에도 17억 인구의 세계 이슬람 국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말레이시아로 글로벌 자본이 흘러 들고 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의 새로운 물류 허브로 발돋움하려는 말레이시아의 미래를 선점하려는 것이다.

글로벌 가구전문점 이케아가 대표 사례다. 지난해 8월 말레이시아에 약 2,400억원을 투입, 부지를 매입하고 동남아 유통 허브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말레이시아 제1항구인 포트클랑 인근에 10만㎡ 규모로 지어지는 물류센터는 향후 아세안 지역에 세워질 12개 매장에 제품을 공급하게 된다. 말레이시아 투자개발청(MIDA) 관계자는 “이케아의 글로벌 유통센터 중 세 번째 규모”라며 “연간 66억링깃(약 1조7,500억원) 규모의 상품을 취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도 러시

국내 기업 중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4월 말레이시아를 생산ㆍ물류 기지로 낙점했다. 아세안은 가파른 경제성장과 소득 증가로 피부 미용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지역인데, 말레이시아는 육로로 태국과 싱가포르 접근이 용이하다. 인도네시아, 인도 등지로도 접근이 쉽다. 화장품 원료가 되는 팜오일이 말레이시아에 풍부한 것도 매력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남부 조호르주 누사자야 산업지역에 2020년까지 생산공장 설립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지 유통업계 관계자는 “생산 기지뿐만 아니라, 물류기지로서도 손색없는 선택”이라며 “이 같은 선택을 하는 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CJ대한통운은 작년 9월 말레이시아 최대의 종합 물류기업인 ‘센추리로지스틱스’를 인수했다. 말레이시아 내부의 배송 네트워크 확보는 물론, 인접한 싱가포르와 태국 등 국경간 운송 역량까지 갖추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CJ센추리로지스틱스 관계자는 “CJ의 인기 제품 ‘햇반’도 결국은 물류가 있어야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며 “판매는 물론 생산을 위한 원자재 조달도 결국 물류의 문제”라고 말했다.

CJ의 진출은 다른 국내 기업들의 말레이시아 및 동남아 진출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물류전문매체 CLO 김철민 편집장은 “소통, 문화, 업무 효율성 등을 이유로 기업들은 현지 진출한 자국 물류업체를 이용한다”며 “CJ의 진출은 말레이시아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 기업들의 활동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브리지스톤, NEG 등 상당수 말레이 현지 일본 기업들은 같은 일본계인 ‘일본통운’(Nippon Express)을 이용하고 있다.

물류허브의 꿈

말레이시아 정부도 글로벌 기업들의 동남아 물류 기지를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토지 매입, 세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통상산업부(MITI) 관계자는 “이케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샤프, 다이킨, 미국 하니웰, 한국의 아모레 퍼시픽, 롯데케미칼 등 30여 업체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며 “말레이시아가 아세안 무역 중심지로 재도약하는 데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동남아 물류허브로 부상한다는 목표아래 말레이시아 정부는 남부 조호르주 탄중 펠레파스항구(PTP)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PTP는 싱가포르와 불과 1시간 거리지만 저렴한 비용이 최대 장점이다. 지난해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높이 55.5m)의 크레인 4기를 이곳에 설치했다. PTP의 움직임에 싱가포르항만운영공사(PSA)는 환적 처리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법으로 물량 감소를 막아냈지만, 업계에서는 말레이시아 성장세가 싱가포르를 계속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5년간 전세계 물류량이 27.6% 증가하는 동안 싱가포르 물류는 8.6% 성장에 그쳤다. 반면 말레이시아 포트클랑항만공사(PKA)가 2016년 처리한 컨테이너는 전년 대비 10.8%나 증가한 1,327만개(TEU)를 기록했다.

코트라 쿠알라룸푸르 무역관 관계자는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권 국가와도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어 아세안은 물론 전세계 17억 무슬림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에서도 중요한 길목에 위치하는 만큼 말레이시아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쿠알라룸푸르ㆍ포트클랑(말레이시아)=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말레이시아 남부 조호르주 탄중 펠레파스 항구(PTP)의 모습. 싱가포르항과 1시간 거리의 PTP는 저렴한 비용을 무기로 싱가포르항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PTP 홈페이지 캡쳐
말레이시아 남부 조호르주 탄중 펠레파스 항구(PTP)의 모습. 싱가포르항과 1시간 거리의 PTP는 저렴한 비용을 무기로 싱가포르항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PTP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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