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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성접대 피해자 “검찰이 수사 안 해, 앞이 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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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성접대 피해자 “검찰이 수사 안 해, 앞이 안 보였다”

입력
2018.04.2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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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의 피해 여성이 철저한 재수사를 요구했다. 이 여성은 강원 원주시 별장과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감금ㆍ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는데도 검찰은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았다며 “무서워서 앞이 안 보였다”고 했다.

김 차관 사건은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간통 사건을 조사하다가 나온 동영상이 시발점이 됐다. 윤씨가 2006~2008년 원주 별장에서 고위층에게 성접대를 하는 장면을 녹화한 것인데, 이 가운데 김 전 차관으로 보이는 남성이 등장한 것. 2013년 이 동영상을 입수한 경찰은 김 전 차관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의 장본인 윤중천씨. 뉴시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의 장본인 윤중천씨. 뉴시스

피해 여성 A씨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건의 전말과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A씨가 겪은 사건의 시작은 2006년. 한 모임에서 만난 윤씨가 먼저 접근했고, 그에게 빌린 차를 돌려주러 윤씨의 원주 별장을 방문하면서 A씨는 피해자가 됐다. A씨는 감금당한 채 윤씨와 다른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러고도 A씨는 풀려날 수 없었다. A씨는 “너무 무서웠다. 밤에 한 숨도 못 자고 그날 저녁에 김 전 차관을 봤다”고 말했다.

A씨는 일주일 후 다시 성폭행 당했다. “(윤씨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고 하고, 협박이 시작됐다. 일주일 있다가 또 전화가 왔다. 거기까지가 끝이라고 생각하고 내려가게 됐다”고 A씨는 말했다. 이 때는 마약까지 동원됐다. A씨는 “술을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입에만 살짝 댔었다. 그런데 기억이 끊겼다. 내가 뭔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생각은 했다. (김 전 차관) 그 사람이 맞고, 중간중간에만 기억이 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성접대는 서울에서도 이어졌다. A씨는 “서울 모처에 그들의 놀이방이 있었고, 김 전 차관은 거기에서 살다시피 했다”면서 “감시 당하고 흉기, 사진, 동영상으로 협박 당하고, 가족들까지 해칠 것처럼 얘기해 신고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진술과 동영상 등 증거를 모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이후 수사 과정은 의문의 연속이었다. A씨는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내가 진술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진술했다고 나와 있었다. 그래서 (동영상에 나온 사람이) 나라고 얘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진술한 내용이 검찰 조사에서 바뀌었고, 답답한 나머지 동영상 주인공이 김 전 차관과 자신이라고 폭로했다는 것이다.

성접대 현장 검증과 가해자 대질심문을 요구했지만 검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A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주장했다. A씨는 “검사가 전화해 우리가 조사에 필요하지 않고 제출할 자료가 있으면 내라고 했다. 수사는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거의 2년간 검찰 수사가 진행됐지만 이 사건은 2014년 12월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A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이래서 대단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정신과 약 먹고, 밖에 못 나갔다. 사람들이 무섭고 앞이 안 보였다. 제가 다시 이렇게 용기를 낸 것은 (그들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라며 “또 사건이 덮이면 다른 피해자들이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 사건을 재조사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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