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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노사, 해외 매각 합의… 파국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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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노사, 해외 매각 합의… 파국 면했다

입력
2018.03.30 17:0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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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부처ㆍ채권단ㆍ노조

광주시청서 4시간여 간담회

법정관리 땐 청산 불가피

노조 “매각만이 살길” 판단

주말 형식적 찬반 투표는 진행

29일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의회 소회의실에서 금호타이어 생산직 노동조합 집행부가 해외매각 반대와 국내기업 인수 추진을 위한 공개매각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의회 소회의실에서 금호타이어 생산직 노동조합 집행부가 해외매각 반대와 국내기업 인수 추진을 위한 공개매각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그 동안 해외 매각을 반대하며 채권단과 벼랑 끝 대치를 이어온 금호타이어 노조가 중국 타이어 업체인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동의할 지 여부를 조합원 투표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법정관리 위기에 몰렸던 금호타이어가 막판 회생의 실마리를 잡은 셈이다. 노조 내부에선 해외 매각만이 살 길이란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30일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노조는 이날 오후 채권단이 회생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해외 매각 동의를 조합원 전체 투표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채권단이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날짜는 30일이다. 금호타이어 노사가 채권단이 내건 경영정상화 방안과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경영정상화 이행 약정서’를 제출해야 법정관리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노조가 이날 조합원 투표를 통해 해외 매각 동의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면서 데드라인은 자동으로 주말까지 연장됐다. 정부 관계자는 “노조가 조합원 투표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한 만큼 주말까진 시간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노사가 경영정상화 이행 약정서를 늦어도 내주 초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내달 2일 곧바로 법정관리로 들어간다.

채권단 안팎에선 금호타이어 노조가 조합원 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것만도 상당한 진전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날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오전 9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은 금호타이어 노조가 매각에 동의해 줄 것을 요청하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3차 총파업을 강행했다. 이때만 해도 결국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 위원장과 이 회장이 광주로 내려가 노조를 만나고 노조가 조합원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극적으로 반전됐다.

노조가 돌아선 것은 해외 매각을 받아들이는 게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길이라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노조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 오히려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금호타이어는 청산가치(1조원)가 존속가치(4,600억원)를 크게 웃돌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청산 절차를 피할 수 없다. 이 경우 새로운 인수자는 법정관리로 영업망이 붕괴된 회사를 1조원도 넘는 돈을 주고 사야 한다. 5,000여명에 달하는 국내 직원도 당장 실업 위기에 놓이고, 190여개 협력사도 직격탄을 맞는다.

현재로선 금호타이어 조합원들이 해외 매각에 동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해외매각 저지를 최우선으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절대 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하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비롯되는 법정관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분위기가 급반전했다”고 전했다. 찬반 투표 결과 해외 매각 찬성으로 결론이 나면 금호타이어는 곧바로 경영 정상화 과정을 밟게 된다. 일단 30일이 만기인 1조3,000억원의 채권단 채무는 자동으로 연장된다. 채권단은 또 추가 자금을 투입해 내달 초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270억원)과 회사채(400억원)을 막을 예정이다. 다음달 중순 채권단과 더블스타간 매매계약이 마무리되면 더블스타는 정부 승인을 얻어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보유한 대주주가 된다. 채권단(23.1%)은 2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금호타이어의 회생 가능성이 커졌지만 이번 구조조정은 여러모로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 친 노조를 표방한 정부가 지나치게 노조에 끌려가 스스로 구조조정 원칙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더 이상 금호타이어에 대한 채권 만기 연장이 없다고 천명한 뒤에도 3차례나 채권 만기를 연장해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큰 산은 넘었지만 정부가 구조조정 원칙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지 않으면 앞으로도 비슷한 사태가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자칫 산업은행이 거대 부실기업의 지주회사가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금호타이어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개장 직후 52주 최저가인 3,345원까지 하락한 주가는 노조의 찬반 투표 소식이 전해진 뒤 결국 전날보다 30%나 상승(상한가)한 4,615원으로 마감됐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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