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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 에르도안, 2033년까지 집권 길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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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 에르도안, 2033년까지 집권 길 열다

입력
2018.06.25 16:41
수정
2018.06.25 18:3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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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53% 얻어 결선 없이 당선

총선서도 與 42% 득표로 1위

야권, 선거 결과 인정 여부 엇갈려

“평화롭게 민주화 운동 이어 가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당선이 확실시 된 25일 새벽 앙카라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앙카라=AP 연합뉴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당선이 확실시 된 25일 새벽 앙카라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앙카라=AP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개헌 후 치러진 대통령 선거와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21세기 술탄(이슬람교 최고 권위자인 칼리프가 임명한 정치적 지배자)’으로 등극했다. 지난해 ‘제왕적 대통령제’로 헌법을 개정해 마련한 강력한 권한을 토대로 최대 2033년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개표가 99% 가량 진행된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53%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 지었다. 이날 오전 터키 중앙선거관리위원회(YSK)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유효표의 절대 과반을 얻었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후보인 무하렘 인제(54) 의원은 31%를 얻는데 그쳤다. 이날 동시에 치러진 총선에서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은 42%를 득표해 1위를 기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공식 선거 결과 발표가 나오기 전인 전날 밤부터 승리를 자축했다. 그는 “이번 선거의 승자는 8,100만 터키국민 모두의 것”이라며 “국민들이 나에게 대통령직을 부여했다. 그 누구도 그들의 실패를 덮기 위해 선거 결과를 무색케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선거 승리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담보한 막강한 권한을 기반으로 견제 없는 국정 운영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해 4월 통과된 개헌안에 따라 대통령은 부통령과 장관들을 의회 인준절차 없이 임명하고, 판ㆍ검사 인사에도 개입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15년 간 권력을 장악하고 입법부와 사법부에 대한 권한을 대폭 확대하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터키 유권자들이 결정적 승리를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장기 집권도 가능해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론상 2033년까지 초장기 집권을 할 수 있다. 5년 임기 대통령은 한 차례 중임이 가능한데, 중임 임기 중 조기 선거를 시행해 당선이 될 경우 다시 5년을 재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의 당선은 중동 및 국제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의 우방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현재 테러를 막기 위해 서구 사회와 협력하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도 강화하는 줄타기 외교를 펼치고 있다. 최근 미국산 전투기 F-35를 100대 구입하는 동시에 이를 격추하는 용도의 러시아제 첨단 방공 미사일 시스템인 S-400도 구입해,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는 러시아를 최대 위협으로 보고 있는 나토 회원국에게도 좋은 소식이 아니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과 유럽은 전략적, 지리적,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터키가 필요하지만, 에르도안의 터키는 동맹국이라기보다는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야당은 명확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야당의 인제 후보는 국영 통신사 아나돌루가 조작된 결과를 보도하고 있다며 개표 결과에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불렌트 테즈칸 CHP 부대표는 자정을 넘기자 TV 연설을 통해 패배를 수용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시민들은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약이 올라선 안 된다”며 평화적인 수단을 통해 민주주의 운동을 이어갈 것을 촉구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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