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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 돌풍이 마냥 부러운 이유

입력
2015.03.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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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장가 일일 흥행순위 1위는 미국영화 ‘위플래쉬’ 차지다. 지난 20일부터 정상을 지키고 있다. 24일까지 이 영화를 찾은 관객은 90만6,566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다. 다양성영화로서는 흔치 않은 흥행몰이다.

‘위플래쉬’는 이름이 똑같은, 덩치 작은 형을 두고 있다. ‘위플래쉬’로 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은 J K 시몬스가 동명 단편 영화에서도 고약한 밴드 지휘자로 등장한다. 18분짜리 단편은 2012년에 먼저 만들어졌다.

이름이 같은 장·단편 형제가 탄생한 사연은 이렇다. ‘위플래쉬’의 감독 다미엔 차젤레는 음악학교에서 겪은 자신의 사연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으나 현실은 냉혹했다. 드럼 연주자와 밴드 지휘자의 광기 어린 대결에 투자자들은 선뜻 돈을 내놓지 않았다. 차젤레 감독은 단편을 만들어 2013년 선댄스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 진출했고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단편에 반한 투자자들이 지갑을 열었다. 단편이 시제품 역할을 했다. 아카데미상 3개 부문 수상작 ‘위플래쉬’의 탄생 과정은 영화만큼 극적이라 할 수 있다.

‘위플래쉬’를 보면서 세계 애니메이션계의 거인 존 래시터의 과거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부터 디즈니애니메이션에 빠져 살던 래시터는 월트 디즈니가 세운 캘리포니아예술대학(칼아츠)을 졸업했고 당연한 듯 영화사 월트 디즈니에 입사했다. 디즈니 장편애니메이션 감독이 필생의 꿈이었던 래시터는 우연히 컴퓨터 그래픽(CG)을 접한 뒤 인생 항로가 뒤엉켰다. CG로 이뤄진 애니메이션 제작을 경영진에 제의했다가 해고됐다.

2분짜리 ‘안드레와 월리 꿀벌의 모험’이 재기의 발판이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이 세운 영화사 루카스필름 사무실에 자리를 얻어 CG애니메이션 제작에 힘을 쏟았다. 픽사스튜디오를 설립한 뒤 스티브 잡스의 재정적 지원 등을 받으며 세계 최초의 장편 CG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1995)를 탄생시켰다. 래시터는 현재 월트 디즈니와 픽사의 최고창작책임자(CCO)로 두 회사 애니메이션 제작을 총괄하고 있다.

차젤레와 래시터의 드라마틱한 성공담에 비견할 이야기는 충무로에도 있었다. 류승완 감독은 자신의 단편영화들을 이어 붙인 장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로 데뷔하며 충무로로 진입했다. 류 감독은 이렇다 할 학력도 이력도 없는, 단지 영화광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의 충무로는 호황을 즐기고 있으나 활력이 예전만 못하다. 숨어있던 재능이 느닷없이 등장해 관객의 가슴을 치는 ‘사건’을 접하기 힘들다. 영화과 졸업생들이 충무로가 아닌 대기업 취업을 겨냥한다는 영화인들의 한탄이 무관치 않으리라.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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