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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끊이지 않는 검사 비리, 이번엔 수사기밀 유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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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끊이지 않는 검사 비리, 이번엔 수사기밀 유출인가

입력
2018.02.23 18: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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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 2명이 특정인을 위해 수사자료를 외부에 유출한 사건이 큰 파문을 낳고 있다. 서울고검 감찰부는 22일 부산지검 서부지청 추모 검사와 춘천지검 최모 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여기에 현직 지청장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는 등 전ㆍ현직 검찰 간부 다수가 사법 처리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엄정히 법을 집행해야 할 검찰이 되레 불법에 가담한 충격적인 사건인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이 요구된다.

검찰에 따르면 추 검사는 2014년 서울서부지검 근무 시 고소인인 최인호 변호사 요청을 받고 수사자료를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추 검사는 검찰 조사에서 “최 변호사를 잘 봐 달라는 모 지청장의 전화를 받고 자료를 건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최 검사는 2016년 서울남부지검에 근무하면서 최 변호사의 주가조작 혐의를 내사할 당시 수사자료 유출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러 명의 검사가 변호사 한 명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니 조직적인 비호 의혹이 짙다.

수사정보 유출뿐이 아니다. 최 변호사는 공군비행장 소음피해 손해배상 사건을 맡아 승소한 뒤 배상금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여러 번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수사는 흐지부지됐고, 이 과정에서 최 변호사가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검찰과 정ㆍ관계 고위 인사들에게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최 변호사는 진정을 받은 서울고검이 재수사에 나선 끝에 지난 6일에야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됐다. 그런 그가 검찰 수사망을 번번이 빠져나가고 본인이 관련된 고소사건에서는 수사자료까지 제공받았다니, 웬만한 배경이 아니고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검찰 안팎의 로비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끊이지 않는 검사 비리 의혹을 지켜보는 국민들 심경은 참담하다. 진경준ㆍ홍만표 전 검사장 비리 파동으로 검찰의 윤리의식에 실망하고 개탄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이번 사건은 일부 검사의 개인적인 일탈이라고 변명하기도 어렵다. ‘정운호 게이트’와 같은 대형 법조비리로 번질 개연성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파문을 꺼려 적당히 덮을 생각은 애당초 하지 말아야 한다.

검찰이 매번 감찰시스템 강화 등 근절 방안을 내놓아도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보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기소독점 등 검찰에 너무 많은 권한이 주어지다 보니 검은 유혹이 넘쳐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와 검ㆍ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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