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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전경련, ‘깜깜이 개혁’으론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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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전경련, ‘깜깜이 개혁’으론 미래가 없다

입력
2017.01.1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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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지하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계단에는 경호 요원이 배치돼 외부인 출입이 통제됐다. 이날 열리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려는 기업 총수들에 대한 접촉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회의 참석이 그렇게 창피한 일인지, 감출 게 많은 건지 알 수 없지만 최근 전경련 관련 회의는 첩보영화 찍듯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 회의가 열리고, 누가 참석하는 지, 회의에서 무슨 내용이 논의되는지는 전경련 직원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아는 극비 사항이 됐다. 이날 회의도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열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을 뿐 전경련은 아무것도 확인해 주지 않았다. 물론 전경련은 2014년 이후 회장단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돼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정권의 모금 하수인’으로 전락한 전경련이 해체를 포함한 대대적인 쇄신을 요구 받고 있는 위기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이런 ‘깜깜이’ 회의 강행은 납득하기 어렵다.

진정으로 조직 쇄신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각계 각층이 참여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청회를 여는 게 마땅하다. 그 동안 전경련이 보여줬던 정경유착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면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인적 쇄신도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그런 과정을 생략한 채 ‘비밀주의’만 고수하고 있으니 회원 기업들조차 전경련 사무국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재단 모금 실무를 주도하면서 “기업의 자발적 의지였다”고 거짓말 했던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한마디 사과 없이 쇄신 작업을 이끌고 있는 것에 기업들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자신들이 뭘 잘못했는지 분위기조차 파악 못하고 있다”며 “도덕성과 상황 인식 수준이 상식 이하”라고 꼬집었다. 이날 회의는 비밀 작전처럼 진행됐지만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제외한 주요그룹 총수들은 대부분 불참해 맥 빠진 행사가 됐다. 뼈를 깎는 자기 반성의 모습을 보여줘도 시원치 않을 판에 시간을 끌며 개혁하는 흉내만 낸다면 국민들의 해체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과거 전경련이 기업 활동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했던 우리 사회의 ‘반(反)기업 정서’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전경련 스스로가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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