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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회찬 의원의 충격적인 죽음··· 이런 비극 다신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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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회찬 의원의 충격적인 죽음··· 이런 비극 다신 없어야

입력
2018.07.2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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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산 역사인 ‘촌철살인’ 정치인

드루킹 불법자금수수 인정후 극단선택

대형수사 때마다 반복되는 이유 살펴야

드루킹 일당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던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3일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진보정당 역사의 산 증인인 노 의원의 극단적 선택에 정치권은 물론 국민 모두가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관련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하다 금전수수를 인정하는 유서를 남겨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과 명예 사이에서 번뇌를 해왔다는 점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드루킹 김동원씨가 노 의원의 경기고 동창인 도모 변호사를 통해 노 의원에게 2016년 3월 5,000만원의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를 수사 중이었다. 하지만 노 의원은 줄곧 “불법자금은 받은 적이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고, 누구도 그의 반박을 의심하지 않았다. 노 의원은 최근 여야 원내대표들과의 미국 방문길에서도 자신 있게 관련 혐의를 해명했고 22일 귀국 때까지도 특이한 기색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노 의원의 미국 체류기간에 도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수사망이 좁혀오자 심리적 부담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노 의원을 향하던 특검 수사는 동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노 의원이 “두 차례 돈을 받았으나 청탁과 무관하다”는 유서를 남기긴 했지만 피의자가 사망함에 따라 특검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초 노 의원 사건은 드루킹 특검의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 관련 의혹과는 별개 사안이었기 때문에 본안 수사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

대표적인 진보정치 아이콘의 비보에 정치권은 감당할 수 없는 충격파에 휩싸였다. 노 의원이 최근까지 TV토크쇼 등을 통해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복잡한 정치이슈를 속시원히 풀어주며 왕성하게 활동했던 터라 황망하고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그 동안 노 의원을 의심치 않았던 정의당은 충격파가 더 클 수밖에 없다. 6월 지방선거 이후 한국당을 제치고 승승장구해온 정의당은 이제 진보정당의 최대 무기인 도덕성 훼손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유서대로라면 노 의원의 금전수수는 실정법 위반이 분명하다. 하지만 유서 주장대로 ‘어떤 청탁이나 대가와 무관한 자금’의 처리 절차를 위반한 정도라면 범법의 정도가 위중하다 할 수는 없다. 노 의원이 마지막 순간 “당원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며 죄책감을 토로했지만 극단적 선택만이 명예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대형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확정되지 않은 혐의가 유출되거나 기정사실처럼 회자되고 당사자가 결백 증명을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되풀이되선 안될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유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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