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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은 치아 아파도 갈 병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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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은 치아 아파도 갈 병원이 없다

입력
2018.07.03 04:40
수정
2018.07.04 18:4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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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치과 “전신마취 필요” 퇴짜

대학병원선 “전문인력 필요” 퇴짜

권역별 진료센터는 2, 3개월 대기

그나마 17개 시ㆍ도 중 9곳만 설치

올해 공모에도 3, 4곳만 신청

“눈치 안 보고 치료받아 봤으면”

시각장애1급아동. 한국일보 자료사진.
시각장애1급아동.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기 수원의 한 고등학교 특수학급에 다니는 A(18ㆍ지적장애1급)군은 지난달 20일 오후 5교시 수업 도중 앞니 한 개가 부러졌다. 몸이 불편한 A군이 이스포츠(e-sports) 탁구 수업 중 친구가 휘두른 리모컨트롤러를 미처 피하지 못한 것이다.

화들짝 놀란 유모(30ㆍ여) 교사는 서둘러A군을데리고 학교 근처 개인 치과병원을갔다. 하지만 이곳 의사는‘중증장애인은 전신마취를 하지 않으면 치료할 수 없는데, 장비가 없다’며 대학병원으로 등을떠밀었다.

전신마취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유명사립대병원도 사정은마찬가지였다. ‘중증장애인 신경치료를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없다’며 수납했던 진료비까지 되돌려줬다.병원들이 장애인을 기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A군의 치료를 포기할 수는없었다. 유 교사는수십 군데 문의한 끝에‘환자를 봐야 치료 가능여부를 알 수 있다’는 소아전문 치과병원 한곳을 다시 들렀다. 그러나A군은 이곳에서 세 번째 ‘퇴짜’를 맞고 말았다.유 교사는“3시간 넘게 병원 3곳을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학생의 키가 크다’, ‘움직여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만들었다”며 “장애인이 살기 힘든 나라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A군은현재 보건복지부 지정 ‘경기권역 장애인 구강진료센터’인 단국대 죽전치과병원과 경기도가 설립한 공공의료원인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등 2곳에 예약을 해 둔 상태다. 찌릿찌릿 고통이 잦아 자리가 먼저 나는 곳에서 서둘러 치료를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죽전병원은 단순 검진을 받는 데만 2주, 수원병원은 2,3개월을 기다려야 치료가 가능하다고 알려왔다.A군처럼 민간에서 사실상 치료를 거부한 대기환자는넘쳐나고 있지만, 이들 병원 내에도 중증장애인만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사는 고작 1,2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관계자는 2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병원 이미지 추락, 수익성 저하 등을 이유로 민간에서 중증장애인 환자를 기피하는 게 사실”이라며 “민간과 생존경쟁을 해야 하는 공공의료기관 역시 장애인 치료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고 했다. 비장애인 환자보다 2,3배 많은 인력과 시간, 장비를 투입해야 하는 장애인 치과치료를 꺼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알고는 2011년부터 죽전병원과 같은권역별 장애인 구강진료센터를 시ㆍ도마다 구축 중이다. 그러나 아직도 전국 17개 시ㆍ도 중 서울, 경남, 대전, 경북, 충북 등 8개 시ㆍ도에는 센터가 없다.1곳당 13억~25억원에 달하는 설치비, 연간 1억4,000만~4억원에 이르는 운영비 등 예산이 만만치 않게 드는데다,수익사업이 아니다 보니 참여하려는 민간 병원이 부족한 이유다.올 3,4월도 전국 병원을 상대로 공모했으나 신청한 곳은 3,4곳 뿐이었다.이마저도 복지부 예산상황이 녹록지 않아 모두 지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병권 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주무관은 ”매년 예산반영을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며 “돈벌이 사업이 아니어서 사회공헌 의지가 있는 민간병원 역시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A군의 아버지(48)는“아들은 태어나서 치과치료를딱 한번 받아봤다”며 “눈치보지 않고 충치치료라도 제대로 해주는 게 소원”이라고 씁쓸해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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