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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式으로 하자고? 심상찮은 정치권 핵무장 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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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式으로 하자고? 심상찮은 정치권 핵무장 동조

입력
2017.09.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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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 계승’ 국민의당 내 이상 기류

원내대표가 ‘美와 핵 공유’ 방안 공론화

“자칫 新냉전 불러 통일과 멀어질 수도”

“전술핵논의, 中 움직일 지렛대” 반론도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북핵 문제 이대로 좋은가! 북한 6차 핵실험, 외교·안보 정책 긴급진단' 세미나를 주최한 김중로(가운데) 국민의당 의원이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북핵 문제 이대로 좋은가! 북한 6차 핵실험, 외교·안보 정책 긴급진단' 세미나를 주최한 김중로(가운데) 국민의당 의원이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의 핵무장 동조 기류가 심상치 않다. 최근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성공으로 북한이 핵무기 완성 단계에 접어들자 대선 때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했던 중도 정당마저 절충 방안을 찾고 있다. 전술 핵무기를 들여오되, 동맹과 책임을 나누는 대안이 대표적이다.

육군 중장 출신으로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당 간사인 김중로 의원은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북핵 문제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그 동안 사실상 금기시돼 온 전술핵 배치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취지였다. 실제 그는 이날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핵 외에는 어떤 옵션을 내놔도 소용없다”고 했다. 앞서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그는 “전술핵 배치를 포함, 모든 옵션을 검토해야 할 시기”라 한 바 있다.

김대중 정부 햇볕 정책 계승을 표방하는 국민의당에서 당론과 어긋나는 핵무장론 공론화에 불을 지핀 이는 김동철 원내대표다. 그는 지난달 30일 당내 의원 워크숍 토론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식 핵 공유가 필요하다며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과거와 같은 전술핵 배치가 아니라 미국의 동의를 얻어 전술핵을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본보 인터뷰에서는 세를 규합, 당론 변경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상대적으로 사거리가 짧은 야포나 단거리 미사일 등에 탑재돼 국지전에 쓰이는 전술핵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나 폭격기에 실려 적국의 도시 등을 궤멸시키는 전략 핵무기보다 위력이 작다. 하지만 미국이 보유한 전술핵 폭탄 B-61은 ‘참수 작전’에 쓸 수 있는 최적의 무기로 꼽히는데 낙진 피해를 최소화하며 북한 지도부가 숨은 지하 벙커를 파괴할 수 있어서다.

나토 식 핵 공유는 동맹 관계인 핵 보유국과 비보유국이 이런 전술핵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현재 미국과 핵무기 공유 협정을 맺은 독일과 이탈리아, 터키, 네덜란드, 벨기에 등 5개 나토 회원국의 6개 공군기지에는 해당국 전투기에 장착할 수 있는 160기가량의 미국 전술핵 탄두(B-61)가 보관돼 있다. 유사시 미국과 동맹국 전투기에 탑재되기 위해서다.

그러나 비핵화를 위해 핵무장을 한다는 전술핵 반입의 논리적 모순은 차치하더라도 나토 식 핵 공유를 한미간에 적용하는 일이 간단한 건 아니다. 일단 구조적 틀이 일치하지 않는다. 다자 동맹인 나토와 달리 한미는 양자 동맹이다. 책임과 위험이 충분히 분산될 수 없다. 그렇다고 일본과 손을 잡기도 어려운데 국내 정서상 한일간 핵 공유가 허용될 리 없어서다.

설령 나토 같은 한ㆍ미ㆍ일 지역 동맹이 성사된다 해도 자칫하면 한국의 국가 목표인 통일이 물 건너갈 수도 있다. 한ㆍ미ㆍ일과 북ㆍ중ㆍ러가 대립하는 신(新)냉전 구도가 형성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ㆍ미ㆍ일이 전술핵을 공유할 경우 중국이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북한을 전략적으로 포용하게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내 부정적 기류도 난관이다. 4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미 군사 전문가 대부분은 외려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키운다는 이유로 한반도 전술핵 배치에 반대하고 있다. 토머스 버거슨 미 7공군 사령관은 7일 국방부가 주관한 서울안보대화 토론자로 나서 미국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핵우산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동북아시아의 핵 개발과 군비 경쟁을 자극할 개연성이 크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군 관계자는 “미국과 구(舊)소련 사이에 이뤄진 군축 협상 결과를 되돌리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에 950기가량이 배치돼 있던 전술핵은 1991년 9월 조지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의 핵무기 감축 선언에 따라 철수했고 이듬해 노태우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했다.

하지만 전술핵 재배치 검토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한권 교수는 “북한 핵 위협이 커진 상황에서 주권국이라면 당연히 낼 수 있는 목소리”라고 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핵 협상 성과와 연동한 조건부 전술핵 배치를 미국에 요구하되 수용되지 않으면 독자적 억지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까지 한반도 비핵화 유도에 나서도록 움직이는 지렛대 구실을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할 수도 있다는 게 김동철 의원 주장이다. “북한 체제 붕괴보다 차라리 핵무장화 찬성으로 기운 중국에게 우리도 핵을 가질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중국에 보내야 상황이 변한다”(본보 인터뷰)는 것이다. 실제 재배치 여부와 별개로, 외교 카드로는 쓸 만한 셈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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