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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 부어 즉석에서 먹는 떡국 만드는 김명진 아셀떡 대표“이젠 ‘떡’도 한류 대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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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 부어 즉석에서 먹는 떡국 만드는 김명진 아셀떡 대표“이젠 ‘떡’도 한류 대열에”

입력
2018.01.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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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난 김명진 아셀떡 대표가 아이디어 상품인 찬물 즉석 ‘끝판 떡국’의 출시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미소 인턴기자
18일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난 김명진 아셀떡 대표가 아이디어 상품인 찬물 즉석 ‘끝판 떡국’의 출시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미소 인턴기자

“쏴아~.”

소리부터 요란했다. 과자 봉지만한 비닐 팩에 찬물을 붓자 불과 1분만에 열이 나기 시작했고, 지름 2㎜ 크기의 작은 구멍에선 뿌연 김이 뿜어졌다. 인체에 무해한 천연 산화칼슘이 포함된 비닐 팩 안의 발열체가 물과 만나 열이 발생하면서 빚어진 반응이었다. 그 열로 비닐 팩 안의 내용물은 12분 만에 맛 좋은 떡국으로 탈바꿈했다.

18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만난 김명진(52) 아셀떡 대표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선보인 찬물 즉석 ‘끝판 떡국’을 ‘소중한 자식’에 비유하면서 조리법을 공개했다. 김 대표에게 ‘끝판 떡국’은 산통이 컸던 만큼, 애착도 많은 자식과도 같았다. 그는 “1년 가까이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다”며 신제품 개발 과정을 떠올렸다. 예술인으로 살아왔던 이전의 삶을 바꿔 벤처기업 경영자로 변신하는 게 쉽지 않았단 얘기다.

김 대표는 25년 넘게 음악인으로 살아왔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그는 기타와 드럼, 바이올린 등을 교습하는 실용음악학원을 운영했다. 그랬던 그가 회사 경영에 나선 건 내면에 가려졌던 강렬한 ‘도전의식’ 때문이었다. “음악을 했지만 살면서 항상 무언가에 새롭게 도전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굳지 않는 떡’ 기술 이전을 받았던 지인의 회사가 어려움을 겪게 됐습니다. 아이템이 괜찮아 보였고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보석이 될 만한 원석이 폐석으로 굳어지는 모습에서 김 대표는 도전적인 DNA가 꿈틀댔다고 했다. “사업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용감하게 달려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당시엔 처절한 쓴맛이 기다리고 있는 줄은 몰랐지요.” 그는 5년 전 지인의 회사를 인수하고, 신제품을 탄생시킨 비화를 회상했다.

18일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난 김명진 아셀떡 대표가 아이디어 상품인 찬물 즉석 ‘끝판 떡국’ 신제품에 직접 찬물을 붓고 있다. 박미소 인턴기자
18일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난 김명진 아셀떡 대표가 아이디어 상품인 찬물 즉석 ‘끝판 떡국’ 신제품에 직접 찬물을 붓고 있다. 박미소 인턴기자

전 재산을 털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늦깎이 경영자에겐 ‘빨간불’만 가득했다. 아이디어가 좋았기 때문에 출발도 무난할 것으로 기대했다. “등산 도중 보온병에 담아 간 물로 즉석 떡국을 만들어 먹었는데, 영 맛이 없었어요. ‘찬물로 쉽고 편하게 끓여 먹을 순 없을까’ 생각하다가 순간 이거다 싶었습니다.”

환한 미소로 야심작의 잉태 배경을 소개했지만 그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 당장 최적의 맛을 내는 발열점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빠른 조리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적어도 30초 이내에 물이 끓고 있다는 신호가 나와야 했지만 쉽지 않았다. 밤샘 연구가 기본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겨울철 손난로에서 힌트를 얻고, 적당한 발열점도 찾았는데 이번엔 포장지가 말썽을 부렸다. 비닐 팩에 찬물을 부은 뒤 지퍼를 닫기도 전에 뜨거워지거나, 완전히 끓기 전에 지퍼가 열리는 등 여러 문제가 생겼다.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가족의 반대도 심했다. “한번은 남편이 저도 모르게 공장 정문에 ‘폐쇄 안내문’을 붙이고 직원들의 출근을 막았던 적도 있었어요. 많이 당황했죠.”

18일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난 김명진 아셀떡 대표는 아이디어 상품인 찬물 즉석 ‘끝판 떡국’ 신제품을 한류 문화 상품으로 세계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미소 인턴기자
18일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난 김명진 아셀떡 대표는 아이디어 상품인 찬물 즉석 ‘끝판 떡국’ 신제품을 한류 문화 상품으로 세계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미소 인턴기자

하지만 그는 도전을 멈출 순 없었고 우여곡절 끝에 ‘끝판 떡국’(6,500원)을 완성했다. 똑 같은 원리로 청소년의 입맛을 겨냥한 ‘끝판 떡볶이’(6,500원)까지 함께 선보였다.

다행히 초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식회 도중 입소문이 퍼졌고 경기 포천시청으로부터 “재난을 대비한 제품으론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평가와 함께 비상 대피소용 주문이 들어왔다. 현재 납품을 타진 중인 PC방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포항 지진 당시 포천시청으로부터 ‘끝판 떡국’을 지원받은 자원봉사자들도 호평을 이어갔다.

김 대표는 제품의 영역을 해외까지 확장시킬 계획이다. “떡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먹거리잖아요. 쌀로 만든 떡이야 말로 새로운 한류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눈높이는 이미 세계 시장으로 정조준됐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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