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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다수 반대에도… ‘고용ㆍ산재보험 적용’ 강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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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다수 반대에도… ‘고용ㆍ산재보험 적용’ 강행 논란

입력
2017.08.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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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소세 때문에 세율 최고 40%

57%가 ‘근로자’ 인정 받길 거부

“특수고용직 중 최대 규모 불구

캐디 등과 차이 감안 안한 정책”

저성과 설계사 해고 빌미 우려

“노동3권은 보장돼야” 주장도

보험硏, 설계사 여론조사 재추진

정부가 일명 ‘특수고용직(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기본권 인정과 고용ㆍ산재보험 가입 의무화 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선 “당사자인 보험설계사 상당수가 원치 않는 정책을 정부가 밀어 부친다”는 불만과 함께 오히려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 거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특수고용직 근로자란 일반적인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ㆍ도급 형태의 계약을 맺고 일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사업주에게 노동력 제공의 대가로 수입을 얻는 노동자지만,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4대 보험과 퇴직금 등 혜택은 누리지 못하는 이중 성격을 갖는다.

이에 지난달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사회 안전망 확대를 위해 이들에 대한 고용ㆍ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5월 고용노동부에 이들의 노동3권(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을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특수고용직 가운데는 보험설계사가 34만여명(업계 추산 41만여명)으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보험업계에선 ‘정부의 제도 개선을 받아들일 지에 대한 설계사들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 지난 2013년 보험연구원이 보험설계사를 설문 조사한 결과, ‘설계사에게 고용보험 등 근로자 성격을 인정하는데 반대한다’(57.3%)는 비율이 찬성(33.5%)보다 훨씬 높았다. 이들은 ‘독립적인 개인사업자로서의 자율성 보장’(78.5%)을 ‘근로자로서의 법적 신분 보장’(20.3%)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다.

이는 보험설계사란 직업이 가지는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다. 설계사는 다른 특수고용직인 캐디나 학습지 교사 등과 달리 근무시간이 자유롭고 실적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는 개인사업자에 훨씬 가까운데 보호장치의 대가로 강제되는 세금 인상에 반발감이 그만큼 큰 셈이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지금은 소득의 3.3%만 사업소득세로 내면 되지만, 근로자 신분으로 바뀌면 근로소득세 때문에 세율이 최고 40%까지 올라 설계사들의 반감이 크다”고 전했다. 정부 정책이 이런 설계사의 특성을 감안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설계사 해고의 빌미가 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보업계와 손보업계 설계사의 월평균 소득은 각각 317만원, 254만원으로 학습지교사(2015년 기준 168만원), 퀵서비스 기사(145만원) 등 다른 직군보다 훨씬 높았다.

설계사의 능력에 따른 소득편차가 매우 큰 현실에서, 일률적인 지위 변경으로 보험사의 국민연금ㆍ산재보험 등 비용부담이 커지면 저성과 설계사를 중심으로 인력을 줄일 수 밖에 없다는 게 보험사들의 주장이다. 자칫 정부가 보호하려는 대상이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는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다수 저소득 설계사를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설계사 노조 설립을 추진 중인 오세중 보험인권리연대 위원장은 “설계사들은 부당행위를 당해도 개별 소송 외엔 방법이 없다”며 “고용ㆍ산재보험 의무화가 안되더라도 노동3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논란이 이어지면서 보험연구원은 이르면 이번 주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정부의 특수고용직 보호 방침에 대한 여론조사를 다시 실시하기로 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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