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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이재용 판결은 한국 '재벌 시대' 종말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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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이재용 판결은 한국 '재벌 시대' 종말 상징”

입력
2017.08.2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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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은 처벌받지 않는 시대 끝났다…한국 정치경제 터닝포인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량에 내리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량에 내리고 있다. 고영권 기자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징역 5년을 선고한 25일 판결은 ‘한국에서 재벌이 처벌받지 않는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평가했다.

WSJ는 28일(현지시간) ‘재벌시대의 종말’이라는 집행 제하의 사설에서 이 판결은 한국 정치경제의 터닝 포인트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한국 재벌은 전후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권력 남용으로도 악명이 높았다고 소개한 뒤 “이제는 유권자들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법이 평등하게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투자자들이 주주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분배할 것을 요구하는 시대로 변화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좌파 성향 문재인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에 대한 사면은 없다고 선언했으며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앉혔다면서 재벌개혁에 대해 높아진 정치ㆍ사회적 압력을 소개했다.

하지만 전체 40%에 불과한 집권 여당의 의석은 재벌개혁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대통령은 재벌개혁을 위해 대중적 지지를 동력으로 한 규제권한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관련 법들은 재벌의 권력 남용을 제어할 수 있지만, 법이 너무 느슨하게 적용되는 것이 문제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WSJ는 삼성을 비롯한 한국 재벌의 지배구조도 비판했다. 창업주 일가가 그룹 전체 자기자본에서 적은 비중만 소유하고 있음에도 거미줄 같은 순환출자(web of cross-shareholdings)를 통해 그룹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상속세는 총수 일가 보유주식(에 대한 비판)을 희석시켰고, 재벌은 세대교체 후에도 지배력을 회복하기 위해 당국의 관용에 의존해왔다고 분석했다. 삼성그룹의 경우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사이에 이뤄진 ‘2015년 악명 높은 합병’이 소액주주들에게 무려 70억달러(약 7조8,000억원)로 추정되는 손해를 입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합병은 정부가 통제하는 국민연금공단의 도움이 없었다면 실패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삼성은 이후 자사주(treasury shares) 처분을 취소하는 등 기업 소유구조 정리를 시작했고, 투자자들은 삼성과 다른 재벌 기업의 주식 가격을 끌어올렸다.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약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어 WSJ는 “한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총수가 지금 감옥에 있다는 사실은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정치적ㆍ경제적 압력이 재벌은 처벌받지 않는 시대를 끝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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