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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규제에 발목 잡힌 서울우유 양주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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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규제에 발목 잡힌 서울우유 양주공장

입력
2018.04.17 17:4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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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 도로 비율 ‘8%서 2.5%’로

시, 규제 완화 통해 공장 유치

폐수처리장 등 기반시설 부지

도로와 닿지 않는 맹지 되면서

착공 17개월 만에 인허가 불허

지난해 4월 13일 오전 경기 양주시 서울우유 일반산업단지에서 서울우유 신공장 기공식이 진행되고 있다. 양주시 제공
지난해 4월 13일 오전 경기 양주시 서울우유 일반산업단지에서 서울우유 신공장 기공식이 진행되고 있다. 양주시 제공

“주택은 허가 해주고, 주택 안에 딸린 화장실은 허가해줄 수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서울우유협동조합의 한 임원은 중첩 규제에 발목이 잡힌 서울우유 양주 공장의 현 상황을 주택에 비유해 말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이 경기 양주에 신축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유가공 공장이 뜻밖의 위기를 맞고 있다. 양주시가 규제 완화를 통해 서울우유 공장 유치에 성공했지만, 또 다른 규제에 걸려 공사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17일 양주시에 따르면 은현면 용암리 19만4,770㎡에 들어서는 서울우유 양주통합공장은 2016년 1월 국토교통부 협의를 거쳐 경기도로부터 일반산업단지로 승인 받아 같은 해 10월 착공했다. 3,000억원을 들여 하루 최대 1,690톤의 원유와 다양한 유제품을 생산하는 유가공 공장을 짓고 있는데 2020년 9월 완공되면 세계 최대 규모가 된다. 공장 건립으로 800여명의 신규일자리 창출도 예상된다.

순조롭던 서울우유 공장은 올 초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서울우유 측이 부지기반공사를 마무리한 뒤 후속 절차로 양주시에 사전 협의를 요청한 폐수처리장 등 부속시설의 건축 인허가가 불가능한 것으로 통보된 것이다. 착공 1년 5개월 만에 날벼락 같은 결정이었다.

발목을 잡은 것은 엉뚱하게도 2015년 공장유치에 성공한 규제완화에 있었다. 시는 당시 ‘산업단지 면적의 8%는 무조건 도로로 확보해야 한다’는 규제 부담으로 서울우유 측이 공장건립을 포기하려 하자 국토교통부, 경기도를 쫓아다니며 협의를 진행, 도로 확보율을 2.5%로 낮췄다. 시의 규제 개혁 사례는 정부 평가에서 최우수 사례로 뽑혀 2017년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불필요한 도로 비율을 낮추는 대신 공장용지 1만2,000㎡를 추가 확보해 사업성을 높여준 게 좋은 점수를 받았다.

서울우유 양주시 일반산업단지 토지이용계획도. 폐수처리시설과 정수시설, 지원시설 부지 등이 건축법상 도시계획도로와 접하지 않아 건축인허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주시 제공
서울우유 양주시 일반산업단지 토지이용계획도. 폐수처리시설과 정수시설, 지원시설 부지 등이 건축법상 도시계획도로와 접하지 않아 건축인허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주시 제공

그런데 도로 비율 조정으로 산업단지 내 도시계획도로가 확 줄어 폐수처리장, 정수시설, 지원시설 부지가 건축법상 도로와 닿지 않는 맹지가 되면서 정작 양주시가 건축허가를 내줄 수 없게 됐다. 처음 규제개혁 당시엔 예상치 못했던 문제였다. 결국 산업단지로 승인을 받고도 건축단계에서 공장건물과 폐수처리장, 정수시설 모두 하나하나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저작권 한국일보]서울우유 일반산업단지 추진_신동준 기자/2018-04-17(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서울우유 일반산업단지 추진_신동준 기자/2018-04-17(한국일보)

폐수처리시설 등을 오가는 내부도로를 만들었지만, 건축법상 도로로 인정되지 않았다. 결국 현재로서는 공장을 건설하려면 도시계획도로 비율을 원래대로 8%에 근접하게 맞추고 산업단지 계획변경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규제개혁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시는 고민 끝에 지원시설을 산업단지 시설로 묶어 허가를 받으려 했지만, 이번에는 지원시설용지는 공장용지로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지적 관련법 규제에 막혔다. 결국 서울우유는 지원시설은 그냥 둔 채 공장건물(6만3,321㎡)만 허가를 받아 공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공장을 다 지어도 폐수처리시설 등이 없으면 공장가동이 불가능해 최악의 경우 공정이 올스톱 될 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 관계자는 “단일기업의 산업단지는 자체 내부도로도 건축법상 도로로 인정해줘 지원시설 건축허가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정부에 요청하는 등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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