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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박근혜 유승민 김정은

입력
2015.07.1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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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정국서 드러난 朴 리더십 한계

한층 고난도 정치력 요구되는 남북관계

광복 70주년 특단의 대북 결단 필요해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유승민 공개 비난으로 촉발됐던 여권 내 갈등과 혼란이 일단은 수습된 모양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제 이번 사태 주역들의 정치적 득실 등을 놓고 이런 저런 분석들이 무성하다. 역시 박근혜라며 박 대통령의 승리를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한 국회법개정안을 간단하게 폐기시켜버렸고, 배신정치로 지목한 유승민을 결국 원내사령탑에서 끝내 밀어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여다 보면 박 대통령도 잃은 게 많다. 정당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비난 외에도 불통 이미지가 너무 도드라졌다. 대화 설득 타협 인내 포용 등으로 버무려진 찰진 리더십이 아니다. 원칙과 소신을 강조한 나머지 생각이 다른 사람과는 함께 일을 도모하지 못하는 메마른 리더십의 바닥이 이번 가뭄에 소양호 바닥 드러나듯 훤히 드러났다. 그 바람에 진보와 중도는 물론 상당수의 보수성향 국민들마저 지지를 거둬들이고 있다.

결코 무너지지 않은 30%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지 않느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역적으로 대구경북, 연령으로는 종편 할아버지들이 주축인 60대 이상에 국한된 지지기반만으로 임기후반 주요 국정과제를 풀어가기 어렵다. 우선 정치 지형이 유리하지 않다. 이번에 잘 보았듯 비박계가 우세한 여당 구조상 일사불란한 뒷받침을 기대하기 어렵다. 거의 상수가 되어가는 야권신당 창당은 선명성 경쟁을 부추길 게 뻔하다. 야당의 협력을 끌어내기가 한층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얻은 게 없다. 아니 최대 피해자요, 최대 루저라고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더 실망한 것은 다른 곳에 있다. 박 대통령이 이번에 보여준 메마른 배제의 리더십으로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난이도로 치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유 전 원내대표보다 훨씬 어려운 상대다. 더구나 김정은은 권력 승계 초기 파격적 면모로 외부세계에 변화의 기대를 보였던 것과는 달리 요즘은 잇단 측근인사 숙청 등 한층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통일준비위원회 집중토론회에 참석, 미국_쿠바 국교정상화, 이란 핵 대화 분위기를 언급하며 “북한이 변화를 통해 경제발전과 평화의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우리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자”고 했다. 그러나 북측은 11일 “간교한 요설”“기만적인 대화타령”“대결광녀”(11일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와 같은 험악한 말로 맞섰다. 핵_경제 병진전략을 내세워 제 갈 길 고집하고 있는 북한이다.

그런 저들을 상대로 “변화하면 도와준다”는 식의 접근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드라이브에 힘 입어 분단 후 어느 때보다 우리사회에 통일의 열망이 고조되고 있다. 남북이 손잡고 협력하면 남북 양측 모두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뒷받침하는 연구와 청사진이 넘쳐난다. 하지만 북측을 실질적으로 변화의 마당으로 끌어낼 방안이 없으니 공허할 뿐이다. 배신 정치한다고 유승민 비난하듯 공포 정치한다고 김정은을 몰아세우고 있으니 변화는커녕 더욱 엇나가고만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정치 경제상황은 물론이고, 요동치는 동북아정세 속에서의 고립 탈피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남북관계가 거의 유일한 탈출구라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다. 박 대통령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을 터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구상만 있고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한 채 임기 반이 지나갔다. 유승민 정국에서 보여준 정도의 정치력과 리더십으로는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에게서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느냐고들 한다. 그래도 기대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 타고난 성격이나 성장환경 탓에 타협하고 포용하는 정치력 발휘가 어려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국가와 민족의 명운이 걸린 기회다. 박 대통령은 13일 광복 70주년 의미를 살리고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한 특별사면을 지시했다. 남북관계에서도 특단의 결단이 필요하다.

수석논설위원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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