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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폴란드 배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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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폴란드 배관공

입력
2015.12.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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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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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이라는 미국 드라마가 유행했다. 드라마 속 주부들이 멜빵 달린 옷을 입은 근육질의 건장한 배관공에 열광하면서 배관공이라는 직업이 갑자기 관심을 끌었다. 불륜인지 사랑인지, 훤칠한 배관공을 둘러싼 주부들의 일탈은 살인사건과 함께 드라마의 흥행을 견인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명문대학을 가는 것보다 배관공이 최고의 직업일 수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미국과 호주의 여론조사에서 배관공이 직업 선호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 유럽에 폴란드 배관공(Polish Plumber)이라는 말이 있다. 2004년 동유럽 10개국이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이후 동유럽 노동자들이 서유럽으로 밀려들면서 만들어진 비아냥 섞인 표현이다. 손재주가 좋다는 이들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으로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의 허접스러운 일자리를 채우면서 경제발전에 일조한 측면도 있지만 ‘반이민 정서’도 이 표현에 담겨있다. 동유럽 노동자들에 대해서 ‘백인 니그로’라 거나 ‘복지 도둑’이라는 굴레를 씌우는 것이다. 일자리를 빼앗고 사회복지에 대한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 때문이다.

▦ 이민을 통해 인구가 증가하면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난다. 덕분에 경제가 성장하고 세수가 증가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반면 문제점도 있다. 시리아 난민 등으로 고심하는 유럽이 처한 현실이다. 조지 매그너스의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에 따르면 이민이 경제성장을 추동하려면 규모가 엄청나게 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규모 이민유입은 받아들이는 국가에 큰 부담을 안겨주게 된다. 경제적 지원과 복지서비스를 확충해야 하고 사회적인 갈등도 생기며 사회 기간시설에 과부하가 걸린다.

▦ 한국의 고령화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통일이 되지 않는 바에야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이민 활성화밖에는 없다. 한국 여성 1명당 출산율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장을 유지할 생산가능 인구가 부족해질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현재 한국 국적 취득자와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결혼이민자 등을 합치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70만명으로 우리 인구의 3.4%에 불과하다. 이래저래 이민 정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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