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채성오 기자

등록 : 2016.05.26 09:46
수정 : 2016.05.26 18:46

세기의 특허전쟁 재개되나…中 화웨이, 삼성에 소송

등록 : 2016.05.26 09:46
수정 : 2016.05.26 18:46

세기의 특허전쟁이 다시 한 번 시작되는 것일까.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소송 당사자가 됐다.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권 분쟁이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에서 중국의 통신장비 회사 화웨이(華爲)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 삼성전자, 화웨이 제공. 그래픽=이석인기자

■ 화웨이 "삼성전자, 자사 특허 11건 침해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자사의 4세대 통신 표준 관련 특허 11건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선전 인민 법원에서도 비슷한 관련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측은 현재 삼성전자와 계열사들이 자사의 기술을 이용한 제품들을 판매해 수십억 달러를 벌었다며 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이번 화웨이의 소송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례적인 사안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몇 년새 중국 통신 제조사들은 이른바 '카피캣(Copycat)' 전략을 취하며 성장을 거듭해왔다.

카피캣이란 성공한 제품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으로 2012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 신제품 발표장에서 삼성전자와 구글, 모토로라에 대해 카피캣이라고 비난하면서 유명해졌다. 앞서 16세기 영국에서 경멸하는 대상을 고양이(cat)라는 단어로 표현한 것에 복사(copy)의 의미를 담아 모방자를 지칭한다는 설과 새끼 고양이가 어미의 사냥 모습을 흉내내는 것에서 유래됐다는 어원이 있다.

중국 기업들은 앞서 시장에 진출한 삼성전자, 애플 등의 기술을 따라한 바 있다. 최근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IT 기업 샤오미를 비롯해 다양한 중국 기업들이 이러한 전략을 발판삼아 성장 곡선을 그려왔다. 지난해 9월 화웨이도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6S+'와 디자인 등이 유사한 '메이트S'를 출시해 카피캣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일각에서는 화웨이의 이번 소송이 몇 년 전부터 예견된 행동이었다는 평가다. 이미 화웨이는 연간 매출의 10% 이상을 R&D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데다, 중국 통신시장에서 관련 기술 인프라 구축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의하면 화웨이는 2014년과 지난해 각각 3,442건, 3,898건의 특허를 신청해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지난해 기준 2위는 퀄컴이며 삼성전자는 1,683건의 특허를 신청해 4위를 기록했다. 애플도 화웨이와 교차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화웨이가 애플에 특허 769건을 사용하도록 허용했고 애플은 화웨이에 98건의 특허를 이용하도록 계약을 맺었다.

■ 삼성전자 맞대응 예고…화웨이 진짜 속내는

삼성전자는 이번 화웨이의 소송에 대해 강하게 맞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허침해 소송 이야기 나올 당시만 하더라도 충분히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태도와 달랐다.

안승호 삼성전자 지식제산권센터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화웨이가 그렇게 나오면 맞소송 등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히며 본격적인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특허 전쟁이 벌어질 경우 화웨이와 삼성전자가 각각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화웨이의 경우 이번 소송을 패하더라도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같은 글로벌 기업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제품의 고급화 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것.

비록 화웨이가 기술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다양한 특허를 신청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만한 기술력을 보여주는 제품은 적다는 것이 중론이다.

만약 소송에서 승리한다면 삼성전자를 흠집냄과 동시에 화웨이라는 중국 브랜드를 일약 글로벌 기업의 위치로 격상시킬 수 있는 셈이다. 전 세계적인 관심도 상승시킬 수 있어 '자국에서만 강한 브랜드'라는 꼬리표를 떼기 좋은 기회가 된다.

더불어 삼성전자와 교차 라이센싱을 통해 다양한 특허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화웨이는 애플 외에도 퀄컴, 에릭손 등 다양한 글로벌 IT 기업과 특허 라이센스를 맺고 있다.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후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교차 라이센스 계약'이라는 카드를 꺼낼 수 있는 것.

실제로 2012년 스웨덴 통신장비 회사 에릭손은 삼성과 특허 계약 연장 협상이 실패하자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는데 2년만에 상호 사용 계약을 맺게 된다. 화웨이도 이러한 사례를 보고 삼성전자의 특허를 공유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주장이 현재까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화웨이와 법정 다툼을 통해 크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가 낸 특허침해 소송에서 승리하면 명예회복 수준의 소득만 남을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강력한 도발을 해 온 이상 법적으로 맞대응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화웨이는 최근 R&D 투자 확대를 통해 다양한 특허를 신청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카피캣 이미지가 강한 만큼 글로벌 주요 시장인 미국 진출이 어려웠는데 이번 소송을 계기로 관련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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