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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장] 단순 선별해 유통… 불량 계란 걸러 낼 시스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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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장] 단순 선별해 유통… 불량 계란 걸러 낼 시스템 없었다

입력
2017.08.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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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관리’ 요구 목소리

식약처 수시 조사 턱없이 부족

10개월간 살충제 검사 120건 불과

대다수는 개별 수집상 통해 팔려

“의무검사 위한 집하장 확대해야”

17일 오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의 한 산란계 농가에서 계란에 압류 스티커가 붙어 있다. 울산시는 울주군의 산란계 농장 2곳이 8월 초 생산한 계란에서 살충제 비펜트린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시는 두 농장의 계란을 전량 폐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의 한 산란계 농가에서 계란에 압류 스티커가 붙어 있다. 울산시는 울주군의 산란계 농장 2곳이 8월 초 생산한 계란에서 살충제 비펜트린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시는 두 농장의 계란을 전량 폐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살충제 계란’의 파장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불량 계란’을 사전에 걸러낼 검역 시스템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 등이 요구된다. 계란에 대한 상시적인 위생관리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적어도 살충제 계란이 국민의 식탁에 오르진 못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살충제 계란과 같은 불량 계란이 시중에 유통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식약처의 ‘계란 유통 문제점과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 과정에서 껍데기에 실금이 갔지만 눈으로는 선별할 수 없는 계란 중 30%(연간 7억7,000만개)는 시중에 그대로 유통ㆍ판매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도 깨지거나 분변에 오염된 계란으로 음식을 만들어 학교 급식용으로 제공한 납품업자가 적발된 적이 있다. 2012년에는 계란 유통업자들이 ‘부화중지란’(부화장에서 병아리 부화에 실패해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계란)을 정상 계란의 절반 가격에 유통한 사실이 드러났다. 반면 2000년 이후 소, 돼지, 닭 등 고기나 우유에선 잔류물질 등 문제가 있는 제품이 시중에 유통돼 문제가 된 일이 거의 없다.

이처럼 불량 계란의 유통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계란에 대해선 상시적인 사전 위생관리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소나 돼지 등 축산물이 도축 단계에서 항생제 잔류량과 질병 여부 등에 대한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도축장 검사 시 유해 기준치를 초과하면 축산물은 바로 폐기 처분된다. 우유도 마찬가지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우유는 일선 목장의 집유 단계(원유를 모으는 것)에서 샘플을 채취해 항생물질과 세균 등을 검사하는 만큼 ‘부적격’ 제품이 유통ㆍ출하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계란은 이 같은 ‘스크린’ 과정 없이 중량이나 크기 등 단순 선별 작업만 거치면 바로 유통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계란 생산 단계에서 1년에 2,3차례 정기조사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통 단계에서 계란을 수거해 수시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조사 범위나 횟수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소비자에게 불량 계란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식약처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계란에 대해 진행한 살충제 검사는 120건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계란에 대한 상시적인 위생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인 방안이 지역별로 계란을 수집해 선별ㆍ포장하는 시설인 계란 집하장(GP센터)의 확대다. GP센터에선 살충제 잔류검사 등 각종 위생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GP센터를 통해 유통되는 계란은 전체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전국 2,400여개의 개별 ‘점조직’ 수집상을 거쳐 시장으로 출하되고 있다. 김재민 농축식품유통경제연구소 연구원은 “GP센터를 확대하고 이곳에서 계란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면 큰 힘 들이지 않고도 불량 계란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식약처는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축산물 위생관리법을 개정해 계란의 검란ㆍ선별ㆍ포장 등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식용란선별포장업’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사육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이 대형마트 등 소매 부문으로 유통되기 전에 잔류물질 등에 대한 검사를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작년 말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도 동일한 내용의 축산물위생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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