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수교 50년을 맞았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를 입은 이들의 법정 싸움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보다는 주로 국내 법원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법원이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은 소멸됐다’는 입장을 견지, 일본 현지서 벌인 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리 대법원은 2012년 5월 고(故) 여운택씨의 유족 등이 신일철주금(구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일본 법원의 판단은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1ㆍ2심을 파기하고 개인 청구권을 인정, 강제징용 피해배상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 판결 전까지 국내 법원은 일본 법원 판결의 효력을 받아들여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아 왔다. 앞서 여씨 등은 1997년 12월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패소했고, 이 판결은 2003년 10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확정됐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은 파기환송심을 담당한 서울고법이 2013년 신일철주금에게 1인당 위자료 1억원 지급을 명령하면서 최초로 인정됐다. 지난해 7월 부산고법 파기환송심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다른 소송에서 1인당 위자료 8,000만원 지급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이 대법원에 재상고해, 아직도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법원 판결 이후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252명이 2013년 12월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3개 기업을 상대로 임금 및 배상금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내는 등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유사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도 국내외에서 일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위안부 피해자 13명과 유족 18명에게 일본 군수기업 후지코시가 피해자 1인당 8,000만∼1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일본 측이 소송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소송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외에서 제기한 소송에선 법적 성과가 크지 않은 편이다.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은 2000년 한국과 필리핀 위안부 피해자 15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위안부 피해자인 유희남(87) 할머니는 일본 정부와 기업, 언론 등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2,000만달러(22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다시 낼 예정이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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