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3년 만에 열린 외교차관 전략대화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를 둘러싸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과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을 각각 수석대표로 한 제7차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가 16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렸다.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고위 당국자가 방한한 것은 처음이다.
임 차관은 회의에서 “이번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강력하고 실효적인 ‘끝장 결의(terminating resolution)가 돼야 한다”며 중국측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했다. 외교부는 회담 후 양측이 북한이 핵 미사일 도발에 대해 아픈 대가를 치르도록 하기 위해 강력하고 실효적인 안보리 결의를 조속히 채택해야 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측은 이날 대북 제재보단 사드 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측은 회의에서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할 가능성과 관련, 엄중한 우려를 표한 뒤 강력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측은 또 사드의 X밴드 레이더 검측 범위가 한반도를 훨씬 넘어 중국의 심장부까지도 이른다고 지적한 뒤 이는 중국의 전략 안보 이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측은 또 관련국이 한반도 핵 문제를 이용, 중국의 전략 안보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사실상 한미를 하나로 비판했다. 실제로 이날 중국측 참석 인사엔 중국 외교부 군비통제국 관계자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격앙된 감정은 중국 매체들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사드가 한국에 배치된다면 중국 대륙의 모든 것이 사드 범위 안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이 이란의 위협을 방지하겠다며 동유럽에 미사일 방어 체계(MD)를 구축, 러시아를 칼로 겨눈 것과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사드가 등장하면 중국 인민해방군도 동북 지역에서 충분히 강대한 군사를 배치, 이에 맞서야 한다고 중국 사회가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심지어 “이 경우 한국 본토는 미중 군사 게임의 고도로 민감한 지역이 될 것”이라며 “이는 한국의 국가 독립성을 잃게 해 대국간 게임의 바둑알로 전락하게 함으로써 한국의 국가적 지위에 엄중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이 글에서 또 “평양에 대한 중국 사회의 분노도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자신의 국가 이익이 분명히 있다”며 “우리는 북중 국경을 제2의 단절된 38선으로 만들 순 없다”고 반박했다. 이 글은 “한국이 중국에게 한미가 하는 것처럼 북한을 제재하라 요구하는 것은 중국을 핍박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날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는 2013년 6월 이후 3년 만에 갑자기 열렸다. 일각에선 중국이 사드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3년 간 공전돼 온 외교차관 전략대화란 틀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놨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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