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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돌고래의 죽음

입력
2017.02.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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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제작된 ‘더 코브 : 슬픈 돌고래의 진실’은 일본의 작은 어촌 다이지(太地)의 돌고래 사냥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실제 다이지에서는 해마다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돌고래를 사냥한다. 먼저 일렬로 늘어선 배가 큰 소음을 내 돌고래 떼를 육지로 움푹 들어간 만으로 몰아넣는다. 다음은 수족관용이나 군사용으로 사용할 돌고래를 일부 골라낸다. 꼬리 부분을 잡아 거꾸로 든 뒤 칼로 찔러 도살하는 돌고래도 많다. ‘더 코브’에서 바닷물이 핏빛으로 물들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쯤 되면 사냥이 아니라 학살이다.

▦ 수족관용은 얼굴이 예쁘고 어린 것 중에서 찾아낸다. 그래서 새끼들은 본능적으로 어미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인간을 이길 수 없다. 어미 또한 새끼를 구하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수족관용과 달리 도살된 돌고래는 고기로 포장돼 식용으로 유통된다. 이런 과정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다. 국제적 비난이 쏟아지고 포획 철에는 전 세계 생태 활동가들이 현장 감시를 하지만 소용이 없다. 마을 어부와 잠수부는 물론이고 일본 정부와 우익 정치인 모두 전통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요지부동이다.

▦ 숨진 새끼가 가라앉자 호흡을 돕기 위해 녀석을 물 위로 띄우려 온 힘을 쏟는 어미 돌고래의 모습이 방송을 탄 적이 있다. 돌고래의 모성애는 그만큼 각별하다. 지능이 높고 사회생활을 하며 자아의식까지 있다고 한다. 그런 녀석이 다이지에서처럼 동족이 학살되는 경험을 하거나 좁은 수족관에서 억지 곡예를 하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짐작할 수 있다. 현재 돌고래는 국제거래를 엄격히 규제하지 않으면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종으로 분류돼 있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돌고래 수입을 금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울산 남구가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 전시하기 위해 다이지에서 들여온 돌고래 한 마리가 폐사했다. 체험관은 과거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장생포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2009년 개관했는데 이번까지 여섯 마리가 죽었다. 이번 일로 제돌이 등 돌고래 다섯 마리를 방사해 얻었던 국제적 호평도 물거품이 됐다. 동물단체는 돌고래 수입을 금지하고 기존 돌고래는 바다로 돌려보내라 요구한다. 이에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만 추가 반입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국내 수족관 등에 있는 돌고래는 마흔한 마리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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