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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AI와 정치

입력
2017.11.30 11: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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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바둑을, ‘포난자’가 장기를 제패한 뒤로 인공지능(AI)에 구원을 바라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산업ㆍ금융계는 말할 것 없고 의료계에서도 IBM의 ‘왓슨’ 같은 AI를 도입하려는 병원들이 증가 추세다. 왓슨은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문헌과 수백 종의 의학 저널ㆍ교과서, 방대한 양의 전문 데이터를 학습해 치료법을 제시한다. 판례 등 축적된 데이터 활용이 중요한 법조계에서도 AI 활용 가능성을 활발히 검토하고 있다. “5년 내 AI가 판사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도 있다.

▦ 일본에서 지난 7월 NHK가 방송한 ‘AI에 물어 봤다 어쩌면 좋아!? 일본’이 화제였다. 다큐멘터리팀이 사회문제 해결에 AI를 활용할 수 없을까 고민한 끝에, 인구 변화처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데이터가 어떤 데이터와 연동하는지 보여 주는 AI를 만들었다. ‘네브라’다. 일본 지자체가 공통으로 가진 5,000가지 통계 자료 30년치를 모두 입력해 학습시킨 뒤 이 AI에 “일본의 미래를 움직이는 열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네브라는 “40대 독거율”이라고 답했다.

▦ 혼자 사는 40대가 늘면 자살하는 사람, 굶어 죽는 사람, 빈 집, 구급 출동 건수 등이 증가하고 출생률, 노인클럽 회원 숫자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40대 독거 인구는 일본에서 250만 명 정도로 전체의 1.9%에 지나지 않는다. 혼자 벌어 혼자 쓰는 ‘골드 싱글’이 연상되니 정부가 주목할 이유도 별로 없었다. 인과관계를 증명할 길은 없어 일본의 미래가 그들에게 좌우될지 모르는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새로운 발견이다.

▦ 그 즈음 중국에서 텐센트 제공 AI 프로그램이 공산당을 비판해 구설에 올랐다. 텐센트의 메시지 기능 ‘QQ’에 탑재된 AI가 “공산당 만세”라는 글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에 ‘만세’라니”. “중국몽(中國夢)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미국 이민”이라고 했다. 군색하지 않은 논리와 기탄 없음을 높이 살 만하다. 뉴질랜드에서는 본격적 정치 AI가 개발돼 메신저로 유권자들과 대화하고 이슈에 답한다고 한다. 한 야당 정치인이 기자회견까지 열어 느닷없이 문재인 대통령 등을 내란죄로 형사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갑자기 한국 정치를 AI에 맡기고 싶어진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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