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따른 국회의 기능 부전이 길어지고 있다. 이완구 총리가 사의를 밝힌 뒤로도 야당은 정치공세의 고삐를 늦출 태세가 아니다. 이 총리에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주된 표적만 바꾸었을 뿐이다. 한편으로 여당은 좀처럼 수사 대상이 되기 어려운 성 전 회장에 대한 과거 정권의 특별사면 문제를 부각하며 정부여당에 쏠리는 비난여론을 희석하기에 바쁘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정권 차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해외자원개발 비리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과 함께 이 비서실장의 퇴진을 정면으로 요구했다. 회견은 정치적 성격이 두드러졌다. 우선 여당이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에 대한 의문을 꾸준히 제기해 노무현 정부와 성 전 회장 사이에 어떤 부적절한 연결고리라도 있었던 듯한 인상이 퍼져나가는 것을 차단하려 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대통령 측근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또는 “박근혜 대선캠프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이 본질이라고 한정한 데서 그런 속내가 뚜렷하다. 아울러 정치공세에 매달려 국회 본연의 책무에 소홀하다는 비난여론을 피해가면서 최대한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어디까지나 국회의 할 일이고, 이미 형식적으로 가동 중인 정치개혁특위가 최적 주체인데도 ‘부패청산 정치개혁의 법률적ㆍ제도적 대안’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당이라고 말과 속뜻이 같은 것은 아니다. 그제 김무성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방안을 약속된 시일 안에 합의하기 위한 여야 당대표 및 원내대표(2+2) 협상을 제의했다가 곧바로 거절당했다. 김 대표는 어제도 ‘2+2 협상’을 거듭 제의하면서 ‘대국민 호소문’까지 발표했다. 어제 오전의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시급성과 각종 민생ㆍ경제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야당에 촉구하고 야당의 소극적 의정 자세를 성토했다. 여야의 원만한 합의를 겨냥한 특별위원회가 아직 활동하고 있고, 그 실무기구의 활동 시한도 남아 있는 상태임을 감안하면 지나친 감이 있다.
그런데 여당이 과장했다 해도 4월 임시국회가 정치공방에 파묻혀 의안 심의에 소홀했고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의 규명은 어디까지나 검찰의 일로, 정치공방에 의해 달라질 사안도 아니다. 따라서 여야는 즉각 정치공방을 멈추고, 국민에 약속한 시한(5월2일) 내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처리하는 등 민생현안 심의에 매달리는 것이 옳다. 국회 본연의 책무가 그것이다. 야당의 ‘6월 연기’ 운운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뒤에나 꺼낼 수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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