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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활력소 여성 감독들

입력
2016.06.2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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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감독의 신작 '비밀은 없다'는 관성적인 스릴러 화법을 거부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경미 감독의 신작 '비밀은 없다'는 관성적인 스릴러 화법을 거부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충무로는 좀 특별하다. 가방 끈 길이를 까다롭게 따지지 않고, 성차별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벤처업계에서 일하다 영화를 평생의 업으로 삼게 된 한 영화인은 “한국 영화계는 오직 실력만으로 승부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여성 영화제작자들의 빛나는 활약은 충무로의 특징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건축학개론’ 등의 심재명 명필름 대표, ‘정사’와 ‘스캔들’ ‘멋진 하루’ ‘남과 여’ 등을 선보인 오정완 영화사 봄 대표,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 등의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 ‘내 아내의 모든 것’ ‘두근두근 내 인생’ ‘검은 사제’ 등을 만든 이유진 영화사 집 대표 등 여성 제작자들은 수에서도 남자들에게 밀리지 않는다. 한국 영화계의 진정한 실력자로 꼽히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까지 꼽으면 영화계의 여성 파워는 강하고도 강하다. 하지만 연출 쪽을 살펴보면 여성들의 활약은 여전히 저조하다. 여성 감독들의 데뷔 소식이 간혹 들리는데 후속작 소식은 잘 들리지 않는다. 데뷔작이 은퇴작이 되는 경우가 남자 감독들보다 많다.

지난 2주 사이 세 여성 감독의 신작이 극장가를 잇달아 찾았다. 지난 16일 윤가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 ‘우리들’이 개봉했고,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와 이현정 감독의 ‘삼례’가 지난 23일 함께 극장가에 첫 선을 보였다. 모처럼 눈에 띄는 여성 감독의 활약이 반갑지만 흥행 성적은 좋지 않다. ‘비밀은 없다’는 28일까지(영화진흥위원회 집계) 23만381명이 봤다. 상업영화로서는 신통치 않은 성적표다. 다양성영화인 ‘우리들’(1만7,924명)과 ‘삼례’(1,820명)도 흥행몰이와는 거리가 멀다.

세 영화는 흥행 수치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다. 장편 데뷔작 ‘미쓰 홍당무’ 이후 8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 이경미 감독은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영화적 상투어구를 거부한다. 상영시간 102분 안에 지역 갈등과 고답적인 가부장제, 동성애, 학교 내 왕따,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한 정치권 등 여러 사회문제를 자신만의 화법으로 녹여낸다. ‘우리들’은 아이들의 관계를 다루는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 별 거 아닌 듯한 현상을 통해 한국사회의 보편적인 모습을 표현한다. ‘삼례’는 이현정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마흔 넘어 데뷔한 감독으로서 놀라운 행보다. 실험적인 성향이 강한 이 감독의 다음이 궁금하다.

충무로에선 최근 한국영화가 활력을 잃었다는 말이 많이 나돈다. 대형 투자배급사가 선호하는 흥행 공식에 충실한 영화들만 투자를 받으니 그저 그런 영화들만 양산된다는 비판이다. 최근 세 여성 감독의 작품은 관성에 젖은 충무로에 큰 자극이다. 관객들의 성원이 이어진다면 자극이 충격으로 이어질 터이다.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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