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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거로 연명하는 부실기업 선제적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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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거로 연명하는 부실기업 선제적 퇴출

입력
2015.11.1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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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조성목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장이 '2015년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감원 제공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조성목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장이 '2015년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감원 제공

해상운송업체 A사는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0.17에 불과하다. 한해 동안 갚아야 할 이자비용이 100억원이라면 벌어들인 돈(영업이익)은 17억원에 그쳤다는 얘기다. 작년 4월 세월호 사고와 저가항공 운항 증가 등으로 해상여객 수요가 줄어들면서 영업이 급격히 악화된 결과다.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될 만큼 재무사정은 나빠졌고, 급기야 대출금이 연체됐다. 올 들어서는 선박 운항마저 중단됐다. 결국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채권은행은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D등급 판정을 내리고 자금 지원을 중단키로 했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A사는 법정관리 신청을 통해 회생을 모색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11일 올해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 중소기업 구조조정 대상업체를 예년에 비해 대폭 확대한 것은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도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좀비기업(한계기업)을 하루빨리 정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산업 전반의 구조적인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경기 둔화까지 겹칠 경우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훨씬 클 것이란 판단도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중기 부실 전 업종 확산” 우려 커져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증가율은 4.4%로 2013년 5.6%에 비해 1.2%포인트 감소했고, 매출액영업이익률도 3.1%로 전년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했다. 자금 사정도 해마다 악화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기업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의 비중은 2009년 12.8%(2,698개)에서 2014년 15.2%(3,295개)로 늘어났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2012년 실내디자인 회사를 창업한 A(35)씨는 “건설경기 위축으로 1년 만에 일감이 반토막 나고 저가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윤도 크게 줄어들었다”며 “6명이었던 직원을 1명으로 줄인 상태”라고 말했다. 고문수 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무는 “자동차부품전문업체 550개의 작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3.4%로 한은이 발표한 제조업 평균이익률(5.6%)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매년 이익률은 낮아지고 인건비는 올라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김지연 IBK경제연구소 연구원은 “2013년 하반기 이후부터 중소기업계의 구조적인 한계가 표면화되고 있다”며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제조업 하청업체부터 해운이나 건설업종까지 대상 기업들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말부터 구조조정 가속 전망

이번 평가에서 C등급에 선정된 70개 기업은 통보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동시에 경영자구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채권은행은 추가 대출을 중단하거나 기존 대출을 회수하도록 하는 규정도 올해 새로 추가됐다. D등급 105개 기업은 채권은행의 지원 없이 자체 정상화를 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이제 시작 단계라는 점이다. 이번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계기로 대기업 구조조정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채권은행들은 현재 ‘주채무계열 소속 기업체 평가’를 실시 중이다. 앞서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은 올해 대기업그룹 41계 계열을 주채무계열로 정했다. 주채무계열은 금융권 전체 대출 중 신용 공여액이 0.1% 이상을 차지해 특별 관리가 필요한 대기업 그룹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은 채권은행의 기업 신용위험평가를 토대로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 같은 작업이 마무리되면 올 연말께 채권은행 중심의 대대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올 연말까지 여신제도를 대폭 개정해 내년부터는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을 가동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민간 구조조정 전문회사로 변신한 유암코 역시 이달 중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선정할 방침이다. 조성목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은 “엄중하고 철저한 옥석 가리기를 통해 지속가능하지 않은 기업을 빨리 정리해 경제의 불안감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 움직임에 대해 중소기업계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금융기관 쪽에서 너무 한쪽으로 몰아가면서 정상적인 기업도 대출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조만간 중기청장이 정책금융기관과 주요 은행장들을 만나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 만큼 좀 더 세심한 접근한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구조조정은 기업이 망할 것 같다는 추측만으로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선제적인 접근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정책금융을 통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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