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 더 강해지면 자금 대이동, 신흥국 외환위기로 직결 가능성
엔저·국내경제 감안하면 딜레마
지금 세계는 무소불위의 미국 달러화 시대다.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한 달러인덱스는 11일(현지시간) 99.795까지 치솟아 12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달러 가치는 작년 7월 이후에만 24%나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더해지면서 우리 경제에도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강(强) 달러가 무서운 것은 세계적인 자금 대이동을 부른다는 점 때문이다. 미국의 초저금리 기간 동안 들어왔던 달러화 투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브라질(헤알), 터키(리라), 남아프리카공화국(랜드) 통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지금 사상 최저 수준이다. 엔ㆍ달러 환율은 120엔대까지 치솟았고, 1.05달러선까지 내려 앉은 달러ㆍ유로 환율은 조만간 13년 만에 역사적인 ‘패리티’(1달러=1유로) 시대를 재현할 기세다.
달러가치가 오르면 달러로 빌린 돈의 상환부담도 저절로 커진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달러가치 급등으로 전세계가 9조달러(약 1경원)에 이르는 달러 채무 스트레스 테스트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이를테면, 1달러 채무를 1,000원으로 갚을 수 있었던 것이 순식간에 2,000원으로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달러 채무 비중이 높은 신흥국들의 외환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 빚을 갚지 못할 것 같다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신흥국에서 대거 달러자금이 빠져나가고 이는 국가 전체의 위기로 번진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괜찮다지만,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금이 동요할 수 있고 신흥국 상대 수출 전선에도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더 우려되는 건 미국의 금리인상이 다가오는 시점에 우리는 금리를 더 내렸다는 점이다. 미국의 실업률(2월 5.5%)이 연방준비제도(Fed)가 말하는 ‘완전고용’ 수준(5.2~5.5%)에 들어가면서 최근 금리인상 시기 전망도 올해 말에서 6월로 급격히 당겨지는 분위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2일 “Fed가 금리를 올린다 해서 다른 나라도 금리를 곧바로 따라 올려야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지만 전문가들은 한층 난해한 환율 방정식을 우려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달러 가치를 더 올리게 된다. 우리로선 급격한 환율 변동(환율 급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뒤따라 올려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수출 경합관계인 일본의 엔화나 유럽의 유로화 가치는 양적완화 등으로 계속 낮은 상태에 머물 수 있다. 달러와의 격차를 줄이는 순간, 엔ㆍ유로화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는 난감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와 엔ㆍ유로화 사이에서, 우리 경제 상황까지 감안한 복잡한 선택을 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종=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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