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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취업자 출석 인정’ 교수도 학생도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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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취업자 출석 인정’ 교수도 학생도 불만

입력
2017.03.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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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전ㆍ현직 교수협 회장 7인

교육부에 대학 정상화 성명서

수업권 침해ㆍ취업공장 전락 반발

학생은 “교수 재량 규정 때문에

학칙 개정 실효성 떨어져” 토로

15일 중앙대 교수 7명이 학내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서. 홈페이지 캡처
15일 중앙대 교수 7명이 학내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서. 홈페이지 캡처

15일 중앙대 교수협의회 홈페이지에는 전ㆍ현직 교수협의회 회장 및 대학평의원회 의장 7명이 발표한 ‘교육부 장관님, 교육을 정상화하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서가 게재됐다. 성명서에는 역사 국정교과서와 정유라 사태 등 박근혜 정권의 교육계 파행을 시급히 정상화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이를 위한 선결과제로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대학가에 정착된 ‘조기 취업자 출석 인정 방침’을 철회하라는 주장이 담겼다. 교수들은 조기 취업 학생들에게 무조건 출석을 인정해주는 건 대학의 자율권과 수업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최소 수업일수를 규정한 고등교육법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에 참여한 김호성 중앙대 전 대학평의회 의장은 “교육의 근본 원칙을 무시한 교육부의 조기 취업자 학점 인정 지침 탓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가가 조기 취업자의 출석 인정을 둘러싸고 다시 시끄럽다. 교수들은 해당 학칙으로 공정한 성적평가와 수업 운용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토로하고 있고, 학생들은 학칙 개정에도 교수들이 제대로 출석을 인정해주고 있지 않는다며 불만이 가득하다.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작년 10월 전국 4년제 대학 125곳에 대해 조사를 한 결과 107곳이 조기 취업 학생에게 출석을 인정해 학점을 부여하도록 학칙을 고쳤거나 개정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중 9곳 가량(85.6%)이다. 교육부가 학칙을 개정하라고 권고한 지침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칙 개정에도 불구하고 ‘교수 재량에 맡긴다’는 등의 부칙을 둔 곳이 많아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한다. 지난해 말 한 중소기업에 취업한 유모(27)씨는 “학칙이 개정돼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교수 재량에 맡긴다’는 방침 때문에 조기 취업 출석을 인정해주지 않아 5차례나 교수와 개인면담을 하고서 겨우 인정받았다”고 털어놨다.

반면 교수 사회에서는 학칙 개정 이후 취업한 학생이 ‘갑’이 되고 교수는 ‘을’로 전락했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학생들의 이탈로 수업 운용에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은 데다, 대학이 취업교육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서울 A대학 교수는 “대학서 근무한 20년 동안 매년 학생과 이 문제로 부딪히고 있다”며 “학칙이 마련되고부터는 학생이 출석을 인정받지 못하면 취업이 취소될 수 있다고 말해 기업 인사담당자와 직접 통화해 조율하는 상황까지 생긴다”고 토로했다. 서울 B대학 교수도 “가족 기업에 위장 취업하고 출석을 안 하면서 각종 고시나 유학 준비를 하는 식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추진되는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안’에 따라 대학이 탄력적으로 학기를 운영하면 충돌이 적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연학기제(대학 자율로 한 해 5학기 이상 운영)나 집중이수제(한 학기 내 4주, 8주 등 이수 주기 다양화)를 도입하면 기업의 공채 시기와 학사 일정이 최대한 겹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채용 일정이 바뀌지 않는 한 현실적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지영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책연구팀장은 “대학들이 부정청탁금지법으로 피해 받는 학생이 생기지 않도록 우선적인 조치로 학칙 개정을 했지만 수업 결손을 메워줄 온라인 강의 등 장치가 계속 마련돼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 대학간 협력 체결을 통해 취업한 학생들의 근무개시 시점을 조정해주는 등 본질적인 개선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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