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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최순실 딸 이대 특혜 의혹' 핵심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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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최순실 딸 이대 특혜 의혹' 핵심 쟁점은

입력
2016.10.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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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현 정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 관련 수사에 본격 착수한 데 이어 최씨의 딸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관리상의 특혜의혹에 대해서도 학교 측이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혀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지만 최씨 딸 정유라(20)씨를 둘러싼 의혹은 계속 재생산되며 확산하고 있다.

이대 내부에서도 최 전 총장의 사퇴로 '본격적인 진상조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정씨가 이대에 특혜 입학했으며, 그 뒤에도 학사관리에서 지속적인 특혜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 정권을 등에 업은 최씨의 압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이 자리한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게시판에 최경희 총장 사퇴를 반기는 대자보고 붙어 있다. 최 총장은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정유연에서 개명) 입학과 학업 특혜 제공 의혹을 받아왔으며 지난 19일 전격 사퇴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게시판에 최경희 총장 사퇴를 반기는 대자보고 붙어 있다. 최 총장은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정유연에서 개명) 입학과 학업 특혜 제공 의혹을 받아왔으며 지난 19일 전격 사퇴했다. 연합뉴스

◇ "금메달 들고 면접장 들어와…정유라 뽑으라는 지시 받았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정씨는 2015학년도 체육특기생으로 이대 체육과학부에 입학했다.

공교롭게도 이 학년도에 이대는 승마를 체육특기생 전형 대상 종목으로 넣었다. 오래전 폐지된 체육특기생제도는 2011학년도부터 11종목 선발로 부활했으며 2015학년도에 23종목으로 늘어났는데 이때 승마가 포함됐다.

정씨를 입학시키려는 의도로 승마를 추가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대는 "2년 전인 2013년 5월 체육과학부 교수회의에서 엘리트급 선수 지원 확대를 위해 결정한 사안이며 같은 해 11월 확정된 2015학년도 대입 전형계획을 대학교육협의회 입학정보통합시스템에 분명히 입력했다. 정씨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정씨 입학 시점에 맞춰 급히 승마를 포함한 게 아니라 2년 전부터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준비해 승마를 포함했다는 얘기다.

정씨 입학 과정을 두고도 의혹이 제기됐다. 정씨만 홀로 면접장에 국가대표팀 단복을 입고 금메달을 지참한 채 들어갔는데, 입학처장이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5명의 면접 평가위원 교수들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학처장은 "와전된 것"이라며 의혹을 완강히 부인한다.

당시 서류평가를 통과하고 면접장에 온 20여명의 지원자 가운데 단복을 입은 사람은 정씨 한 명이 아니었다. 3명이 단복을 입고 왔으며 정씨는 금메달, 다른 두 명은 동메달을 지참했다.

입학처장은 특이한 복장을 하고 온 이들에 대해 평가위원들에게 설명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설명하 않으면 오히려 부정입학 의혹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입학처장은 "이들이 인천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라고 알려줬을 뿐"이라면서 "(면접평가에 메달 획득 사실을) 반영하는 게 옳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반영 여부는 면접위원의 재량이라는 점을 당시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류평가와 면접평가로 평가 절차를 엄연히 나눠놨는데 원서 제출 이후 거둔 성적을 면접평가에 굳이 반영하자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크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면접 자리에 국가대표 단복을 입고 온 것 자체가 특혜"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의혹은 '원서접수 마감일 기준 최근 3년 이내 국제 또는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 개인종목 3위 이내'로 입상 실적을 제한한 모집요강을 이대가 스스로 어기고 정씨를 뽑았다는 것이다.

정씨는 원서접수 마감일(9월 16일) 나흘 뒤인 20일에 금메달을 획득한 데다 종목이 '단체전'인데도 서류평가에 반영해 이는 '부정'에 해당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규정에 나와 있는 '개인종목'은 '개인전'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축구·야구·농구 등 여러 명이 팀을 이뤄 하는 종목은 단체종목, 승마·펜싱·체조 등 개인이 출전하는 종목을 개인종목으로 체육계는 분류한다.

접수 마감이후 금메달을 딴 아시안 게임 성적을 반영한것은 특혜라는 지적이 강하게 일었지만 이대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서류평가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해명한다. 아시안 게임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도 3년간의 입상 실적이 우수해 합격권에 들었다는 게 이대 설명이다.

정씨는 원서접수 마감이 3년 전인 2011년 9월 16일부터 2014년 4월까지 국가대표 선발 포인트가 부여되는 국내대회에서 3위 안에 57차례 들었다. '개인전'만 따져도 56차례다. 이중 절반 이상은 1위였다.

승마계에서도 정씨의 실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달지 않는다.

2014년 정씨가 외압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됐다는 '공주 승마' 논란이 일 당시 한 국가대표 선수는 "유연(정씨의 개명 전 이름)이의 승마 실력이 금메달감이라는 데에 전혀 의심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승마가 체육특기생 전형 대상 종목으로 포함되는 과정에서 정씨를 입학시키려는 의도가 작용했다는 점이 밝혀진다면 사실상의 부정입학으로도 볼 여지가 있어 속단할 수 없다.

마장마술은 '말로 하는 피겨스케이팅'이다. 매우 예민한 종목이어서 말값만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른다.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국가대표급 선수가 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마장마술은 선수층이 매우 얇다. 정상급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성 선수는 한 손에 꼽을 정도다.이대가 여대라는 점, 정씨가 초등부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초 그를 합격시키기 위해 승마를 특기생 종목으로 추가한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최 전 총장이 2014년 박근혜 대통령직속통일준비위원회 통일교육자문단 자문위원을 맡은 점도 한 배경으로 작용하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최 전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경숙 신산업융합대학장의 입김이 2013년 특기생 종목 확대에 크게 작용했으며 이는 정씨를 입학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최근 불거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에는 김학장 등이 최근들어 정부의 연구과제를 여러건 수주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김 학장을 향한 의혹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는 아직까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는 이대 학교법인이 구성할 진상조사위원회나 교육 당국 조사에서 사실인지 아닌지가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또 승마계 한쪽에서는 정씨가 국가대표로 커나가는 과정에서 대한승마협회가 그에게 유독 많은 편의를 봐줬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씨의 실력 자체가 '특혜'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 역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지난 21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본관 외벽의 시위 현수막 앞으로 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본관 외벽의 시위 현수막 앞으로 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 "대체보고서에 비속어, 사진으로 리포트 보내도 학점 받아"

정씨는 학사관리에 있어서도 이대로부터 지속적인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정씨는 1학년 첫 학기에 대다수 과목에서 F를 받으며 평균 학점 0.11을 받았다. 지난해 2학기를 휴학한 정씨는 그러나 올해 1학기 2.27점, 여름 계절학기는 3.30점을 받았다.

성적이 수직 상승한 배경에는 올해 1학기 변경된 학칙이 있었다. 이대는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학생이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하는 내용으로 학칙을 바꿨다.

이 학칙 개정이 정씨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대학 측은 "오히려 교수 재량으로 불투명하게 이뤄지던 부분을 규정으로 명확히 한 것"이라며 "정씨 뿐 아니라 체육특기자 13명, 교육·간호실습 등으로 대체출석 인정 요청한 748명이 새 규정의 적용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학사관리와 관련한 다른 의혹들을 들여다보면 일반인의 상식과 통념에 비춰볼 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씨는 체육과학과 전공 수업에서 중간고사 대체보고서로 '마장마술의 말 조정법' 리포트를 제출했다.

이 리포트를 보면 말 고삐를 푸는 법을 소개하며 '망할새끼', '웬만하면 비추함' 등 비속어가 버젓이 쓰여 있다.

지난 계절학기 중국에서 이뤄진 의류학과의 실습수업 '글로벌융합문화체험 및 디자인 연구'에서 담당 교수가 정씨에게만 따로 비용지불 방법을 공지하는 등 '특별 관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수강생들은 8월 3∼8일 중국 구이저우 성에서 열린 한·중 문화교류 패션쇼에 자신의 작품을 제출해야 했다.

정씨만 사전 작품 제작 보고서와 제작 과정 포트폴리오를 내지 않았다. 대신 기존 의상 1벌을 수선하는 대체 과제물을 제출했다. 정씨는 이 과제물을 교수에게 보고서 형식이 아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중국 현지에 가기만 했을 뿐 다른 학생들이 모두 한 패션쇼 참석도 하지 않았다.

또 지난 1학기 한 수업에서 정씨가 거듭 결석하자 교수가 '얘는 이미 F다'라고 수업시간에 말했는데도 결국 학점을 받아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학 측도 학생들과 교수·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정씨 의혹 관련 설명회에서 학사관리에 일부 부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부실 학사관리'가 정씨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체육계 일각에서 나온다.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체육특기생 제도 전반의 문제라는 것이다.

과거보다 정상화됐다고는 하지만 체육특기생들이 제대로 수업을 듣지 않고도 졸업하는 경우가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애초 초·중등 교육과정을 밟으면서부터 일반 학생들과 분리돼 생활하는 이들이 대학에 가서 일반 학생들과 제대로 경쟁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 때문에 일부 교수들이 이들을 '열외'로 보고, 과제 등이 부실해도 적당히 눈감아주고 넘어가는 풍토가 여전하다는 게 체육인들의 전언이다.

스포츠 분야 전문인 장달영 변호사는 "정씨가 입었다는 '특혜'는 체육특기생이라면 대부분 받는 것"이라면서 "이는 어디까지나 정유라의 문제가 아니라 체육특기생 제도, 나아가 엘리트 선수 위주의 체육인 육성 시스템의 문제이다. 이런 전반적인 문제를 학생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본질을 빗겨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머니 최씨의 외압에 의해 정씨 지도교수가 교체됐다는 의혹은 이번 사태가 체육특기생 전반의 문제라는 관점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올해 1학기가 시작되면서 정씨 지도교수였던 함모 교수는 최씨에게 전화해 "경고가 누적되면 제적당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직전 학기 평점이 0.11이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학교로 찾아가 함 교수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고성을 질렀다.

함 교수는 최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저한테 전화로 했을 때 (최씨가) '고소한다'고 해서, '교수 같지도 않고 이런 뭐 같은 게 다 있냐'고, '그러면 저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맞고소 하겠습니다. 명예훼손으로'"라고 말했다.

함 교수는 이에 앞서 학장이 '정윤회 부인이니까 잘하라'는 취지로 자신에게 말했다고도 했다.

대학 차원의 특혜가 없었더라도, 체육학부 차원에서 특혜를 줬으며 그 배경에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정황이다.

장명수 학교법인 이사장은 21일 최 총장의 사직서를 수리하는 이사회에서 "(정씨의) 입시 및 학사관리와 관련해 법인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엄정하게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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