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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

입력
2017.03.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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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3.30

미국 외과의 크로포드 롱이 1842년 오늘 근대적 의미의 마취 시술에 성공했다. wikipedia.org
미국 외과의 크로포드 롱이 1842년 오늘 근대적 의미의 마취 시술에 성공했다. wikipedia.org

진통제는 체내 통증유발물질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통증을 잡고, 마취제는 뇌와 척수의 신경전달 메커니즘을 차단함으로써 감각(전신마취의 경우 의식)을 잠정적으로 없앤다.

진통제가 주로 사후적으로 처방되는 반면, 마취(제)는 대개 본격적인 의료행위에 앞서 선제적으로 행해진다. 마취는 환자 입장에서 통증을 경감하는 효과도 있지만, 의료진에게 수술 등 복잡하고 정교한 처치를 통제된 조건에서 할 수 있게 하는 데도 필수적인 의료행위다. 화타의 마비산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명성은 마비산의 효능에 크게 의존했을 것이다.

근대적 의미의 마취가 1842년 3월 30일 미국의 젊은 외과의 크로포드 롱(Crawford Long, 1815~1878)에 의해 행해졌다. 그는 목에 난 종기 제거 시술을 받으러 온 환자에게 수건에 뿌린 황산에테르(sulfuric ether) 기체를 들이마시게 하는 방법으로 마취에 성공했다. 롱은 이후 수년 간 분만을 포함한 다양한 처치에 그 방법을 활용했고, 1849년 ‘The southern Medical and Surgical Journal’에 결과를 발표했다.

조지아 주 매디슨카운티에서 태어난 그는 조지아 주립대와 캔터키 주 트랜실베이니아대를 거쳐 펜실베이니아대에서 학위를 받고 의사가 됐다. 조지아 주 잭슨카운티의 제퍼슨에서 개업한 그는 수련의 시절 알게 된 에테르의 효능을 혼자 연구했고, 독자적으로 임상 실험했다. 그건 지금 관점에서 보자면 극도로 위험한 의료행위였다. 마취가 뇌와 중추신경에 직접 개입하는 과정인 만큼, 그르칠 경우 혼수상태와 뇌사, 호흡 마비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롱은 신중했고, 행운도 누렸다.

에테르를 이용한 마취 시술 효능을 처음 발표한 이는 보스턴의 외과의 윌리엄 모턴(William Morton)이었다. 그는 1846년 12월 ‘Medical Examiner’라는 학술지에 시술 성과를 발표했다. 그 사실을 안 크로포드 롱은 42년 이래 자신의 마취 환자들의 진료 기록과 증언 등을 수집, 뒤늦게 자신의 성과를 공개했다. 그에겐 그 성과를 증언해 줄 동료 의사들이 적지 않았다. 그는 마취시술 후유증 등을 살피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고, 그보다 앞서 마취 시술을 시행한 이가 있을 수 있어 발표를 미뤘노라고 해명했다. 의학계가 그의 업적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그의 사후인 1879년이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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