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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강도 개혁안에… 수뇌부ㆍ일선 경찰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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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강도 개혁안에… 수뇌부ㆍ일선 경찰 ‘극과 극’

입력
2017.09.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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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체포 사전승인 등 현실 괴리”

일선경찰, 개혁위 권고안에 분통

“수사권 조정 실패 되풀이 안 돼”

수뇌부선 ‘100% 수용’ 고수

이철성 경찰청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이철성 경찰청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고강도 개혁안을 잇따라 내놓자 경찰 상하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실을 무시한, 무조건 바꿔보자 식’이라는 반응이 밑에서 끓어오르는 반면, 수뇌부는 ‘변화를 바라는 국민 여론을 생각하면 우선 받아들이는 게 상책’이라는 입장이다.

개혁위는 6월 시민단체 인사와 학계 등 외부인사 19명으로 발족한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개혁안을 권고했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이나 용산참사 등 과거 경찰이 저지른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 발족 ▦집회 현장의 무분별한 채증(증거수집)을 ‘과격한 폭행이 임박’한 시점으로 한정 ▦경찰 인권침해 사안을 전담 관리 감독할 시민통제기구 설치 ▦긴급체포와 영장신청 등 구속 기준 최소화 등이다.

체포와 구속 기준 변경에 대한 내부 이견이 가장 크다. 긴급체포를 하려면 사전에 상급자 승인을 받는 것은 물론 사후 반드시 체포영장을 신청하라는 권고에 일선 경찰들은 “수사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예컨대 현재는 긴급체포 뒤 48시간 내 혐의 사실을 밝혀내 곧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 되는데, 권고안대로라면 ‘체포영장 신청’이라는 단계를 하나 더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소재 경찰서 형사과장 A씨는 “긴급체포를 한 다음 혐의가 있으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게 기각되면 풀어주면 되는 것”이라며 “굳이 단계를 하나 더 늘려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긴급체포의 사전 승인은 ‘긴급’한 현장 상황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업무상 과오를 점검하라는 권고에 대해 일선서 경감 B씨는 “사실상 기각되면 책임을 물리겠다는 것 아니냐”라며 수사 위축을 우려했다.

채증 범위 축소 역시 일선 경찰은 불만이다. 행위라는 것이 연속적일 수밖에 없는데 불법행위 전후를 콕 집어 사진 촬영 등 채증을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저 불법행위하니 찍으세요’라고 말을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시민통제기구 설치는 국가인권위원회 업무와 중복되는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비판이 일선에서 제기된다. 경찰서 수사과장 C씨는 “기존 조직을 두고 새로운 조직을 대대적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경찰을) 이중삼중으로 감시해야 할 잠재적인 가해자로 여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단 이철성 경찰청장 등 수뇌부는 “개혁위 권고안을 100%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정권 혹은 경찰 수장이 바뀔 때마다 흐지부지됐던 경찰개혁과 해묵은 수사권 조정 실패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무엇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찰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더 높아진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게 이들 판단이다. ‘현장의 고충은 큰 그림에서 개혁 방향을 정한 다음에 시정하면 된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청와대 요구는 친(親)인권적인 경찰이 전제가 돼야 수사권 조정을 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수십 년 묶은 현안을 앞둔 상황이라 수뇌부로선 이런 상황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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