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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인천공항… “쓰레기도, 일 강도도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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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인천공항… “쓰레기도, 일 강도도 두 배”

입력
2017.08.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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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 노동자 “동료 힘들까

연차 사용 스스로 자제”

30분만 돌아도 쓰레기 한 가득

오전 2만~3만명 몰려드는 여행객

보안요원들 근무 강도 상상 이상

물품 던지거나 액체 쏟아 붓기도

14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한 환경미화 노동자가 일회용 컵 등에서 나오는 음료 등을 모아두는 플라스틱 통이 올려져 있는 카트를 밀고 있다.
14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한 환경미화 노동자가 일회용 컵 등에서 나오는 음료 등을 모아두는 플라스틱 통이 올려져 있는 카트를 밀고 있다.

“담당구역을 30분만 돌아도 (페트병과 일회용 컵에서 나오는 음료와 얼음을 모아두는) 1말짜리 통 2개가 가득 찹니다.”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 서쪽에서 3교대로 일하는 환경미화 노동자 A(56)씨는 14일 청소도구와 쓰레기를 싣는 카트 위에 놓인 20ℓ짜리 플라스틱 통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담당구역은 아직 절반 밖에 안 돌았지만 섬유유연제 통을 잘라 만든 플라스틱 통은 이미 3분의 2 가까이 차 있었다.

그는 “쓰레기를 담는 비닐봉투는 공간이 남더라도 물통이 가득 차 30분에 한 두 번씩은 비우러 가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여름 휴가철이라 출국객이 많을 때는 하루 10만명이 넘고 그만큼 나오는 쓰레기 양도 많을 수 밖에 없다“면서도 “공항이라는 특성상 쓰레기통이 조금만 차더라도 지저분해 보이기 때문에 보이는 대로 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휴가철 한산한 도심과 달리 인천공항은 밤낮 없이 붐빈다. 극성수기인 만큼 인천공항 안팎을 챙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무 강도는 여느 때 보다 높다. 수많은 항공기가 원활하게 이착륙할 수 있는 이면에는 이들의 보이지 않는 헌신이 숨겨져 있다.

한 환경미화 노동자는 “이용객이 많다 보니 화장실, 흡연실 등을 깨끗하게 유지하는데도 힘이 배가 든다”라며 “휴가철에는 회사차원에서 연차 사용을 제한하는 측면도 있지만 내가 빠지면 힘들어할 동료들을 위해 스스로 연차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인천공항 출국ㆍ입국객은 역대 최다인 20만4,554명(지난해 하루 평균 이용객 15만7,829명)을 기록했다. 운항편수도 같은 날 1,103편으로 개항 이래 가장 많았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날부터 성수기가 끝나는 20일까지 약 130만명이 더 해외를 오갈 것으로 예측했다.

인천공항 이용객이 늘면서 보안요원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역지부 보안검색지회에 소속된 신용쾌(47)씨는 “출국 전 보안검색을 받기 위해 2만~3만명이 몰리는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피크시간 대는 눈 코 뜰 새가 없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앞두고 들뜬 이용객들과 법과 규정을 지키려는 노동자들간에 충돌하는 일도 잦다.

신씨는 “기내 반입이 안 되는 물품을 적발하면 ‘외국 공항은 안 그런다’ ‘너무 강하게 하는 것 아니냐’며 물품을 던지거나 액체를 바닥에 부어버리는 분들이 있다”며 “보안검색 요원들은 법과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청소 노동자도 “공항 이용과 관련해 저희에게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잘 몰라서 대답을 못하면 ‘그것도 모르냐’며 대놓고 무시하고 가는 분들이 있다”라며 “공항에서 일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데, 노동자들도 누군 가에겐 존경 받는 아버지, 어머니이고 사랑 받는 아들, 딸임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력 충원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관계자는 “휴가철에는 연차를 쓰지 못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인원이 부족하다는 얘기”라며 “제2여객터미널이 내년에 문을 열면 이용객들이 분산되겠지만 그만큼 인력이 감축된다면 결국은 이용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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