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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시대의 과학기술

입력
2014.02.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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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국가경쟁력제고에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도 과학기술투자만은 매년 두자릿수 이상 늘려왔다. 올해도 우리나라 국가연구개발 예산 규모는 17조원을 넘는다. 과감한 연구개발투자와 더불어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제조업 위주의 강력한 수출중심 경제개발 드라이브는 우리나라의 수출입규모를 세계 9위 수준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는 수년째 저성장에 머물러 있고, 기존의 방식으로는 국가 경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견인하는데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느낌이다. 이것이 현 정부에서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과학기술이 자리 잡고 있으며, 정부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을 비롯한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많은 기대와 요구를 하고 있다.

창조라는 단어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과 같이 무겁고 형이상학적인 느낌이 들어 어렵고 막연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영어로 창조경제는 'creative economy'이며, creative는 창의적, 창의력 있는 등의 사전적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과학자 또는 어느 한 사람이 창의성을 발휘해서 사람에게 유효한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쉬워진다.

창조적인 아이디어에 기반한 대표적인 상품으로 아이폰을 꼽고 있다. 아이폰은 세상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냈다기보다는, 스마트폰을 플랫폼으로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 MP3, 게임기 등의 기능을 결합시킨 것이다. 특히 아이폰을 개발한 스티브 잡스의 창의성은 단순히 기술적인 진보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감성적인 접근으로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에, 쓰기 쉽고 친밀도가 높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냈고, 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문화라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내었다.

미래는 창의성이 경쟁수단이고 자원이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해 나가야 하는 시점은 바로 현재이며, 핀란드가 바로 그 사례이다. 핀란드 GDP의 25%를 담당했던, 국가기업인 노키아의 몰락은 핀란드 경제의 암울한 미래상이 예상됐다. 그러나 노키아의 빈자리를 매출 1조원대의 모바일 게임업체인 수퍼셀이나, 스마트폰 운영체제 개발업체인 욜라 등이 채우고 있다고 한다. 절박했던 경제적 위기상황이 창조경제로의 전환을 이끌어 낸 셈이다.

과학자들은 자연에 대해 더 깊은 지식, 새로운 현상 등을 찾아내도록 훈련받았다. 새로운 원리나 법칙을 먼저 찾아냈을 때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 그것을 하도록 내버려만 준다면 침식을 잊으며 연구에 몰두한다. 창조경제를 지향하는 정부에서 요구하는 중소기업 등 산업에 대한 지원은 과학자들이 여태껏 지향해왔던 바와는 크게 차이가 나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제 과학기술자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과감히 연구개발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되었다.

지난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첨단 연구장비인 초정밀 열 영상 현미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확보된 기술의 스핀오프를 통해 중소기업에 차세대 반도체소자 불량검사장비 국산화 기술을 이전했다. 또 올해 초에는 나노물질과 그래핀 연구과정에서 확보된 광촉매 대량생산 기술을 유해물질 정화 및 항균․탈취 산업체에 이전하기도 했다. 이들 기술은 모두 기초연구 분석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중소기업을 지원하고자 하는 작은 인식의 전환만으로도 현실적인 산업기술이 됐다.

창조경제는 과학자들이 복잡한 실험도구들에서 잠시 눈을 돌려 주변의 사람들을 배려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더 깊고 어려운 지식의 탐구를 잠시 미루고,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해 어떻게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찾아보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창조경제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는 마치 고급 대형차 구입을 위해 무리하게 저축하기보다 기왕에 가지고 있는 작고 누추한 차라도 가족들과 함께 여러 곳을 여행하며 즐기는 인생에 대한 자세의 변화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의 혜택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을 돌아본다거나 사람 또는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곧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나아가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도록 하여 창조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이제 과학자들은 새로운 과학지식을 탐구할 때 보였던 고도의 집중력과 직관을 새로운 산업 창출이나 중소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데에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정광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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