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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전경련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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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전경련의 굴욕

입력
2011.01.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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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경제정책을 구현하고 우리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한다."5ㆍ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1961년 이런 취지로 출범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올해 출범 반세기를 맞는다. 경제개발 등 정통성 확보를 위해 재계의 도움이 꼭 필요했던 군사정부의 요청으로 태어난 '출생의 한계'를 딛고, 어느새 지천명의 나이에 접어든 것이다. 그 사이 전경련은 제조업ㆍ무역ㆍ금융ㆍ건설 등 전국 업종별 단체 67개와 대기업 436개사를 포괄하는 재계의 맏형으로 자리잡았고, 한국경제 발전사를 썼다고 자부해왔다.

■ 이런 역사와 명성을 가진 전경련이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회장님'을 못 찾아 난리다.'재계 총리'라는 타이틀까지 붙어 있으나 저마다 손사래를 치고 삼고초려도 효과가 없다. 정권의 부침이 빈번하고 글로벌 기업환경이 급변하면서, 재계의 이해를 조율하고 정치권력과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어렵고 고단해진 까닭일 터다.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가진 창업세대는 쇠하고 오너 2ㆍ3세대나 전문 경영인은 자리를 채울 만큼 크지 못한 탓도 있다. 지난해 7월 사의를 밝힌 조석래 회장의 임기가 내달 끝나지만 후임 후보군조차 불투명한 이유다.

■ 반면 전경련의 모델인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는 2009년 자민당 54년 정권이 무너지고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격변기에 지혜롭고 책임있는 처신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 스미토모화학 회장이 지난해 6월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캐논사 회장에게서 전단련 지휘봉을 건네받은 것이 출발이다. 전문경영인 출신인 요네쿠라 회장은 취임 직후 정치헌금 관행 철폐를 선언하고 중소기업 인재육성, 지방경제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 등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왔다. 재계 단합과 글로벌 감각도 뛰어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 재계는 그동안 회장 영입에 공을 들였던 이건희 삼성 회장이 동계올림픽 유치와 그룹경영 전념을 이유로 고사하다가 최근 아예 "내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고 잘라버리자 진퇴양난에 빠졌다. 수년 전부터 제기된 전경련 무용론을 흘려 듣고 역할과 이미지를 전면 개혁하는 일을 미뤄온 결과다. 유착 횡포로 얼룩지고 사면건의에 급급한 행태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30대 그룹 총수들에게 라는 책을 일독하라고 권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답이 없다면 폐업하는 것이 굴욕보다 백배 낫다. 창조적 파괴가 별 건가.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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