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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 기자의 눈] 'KLPGA 유턴' 장하나의 용단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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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 기자의 눈] 'KLPGA 유턴' 장하나의 용단에 박수를 보낸다

입력
2017.05.2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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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나가 KLPGA 투어로 복귀한다. 사진은 LPGA 우승트로피를 든채 셀카를 찍고 있는 장하나./사진=LPGA 페이스북.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지난 2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를 앞두고 장하나(25ㆍBC카드)를 곁에서 뒷바라지하고 있는 아버지 장창호(65)씨와 연락이 닿았다. 장씨는 "어제 밤늦게 태국에 도착했는데 오늘 바로 연습라운드하고 왔어요. 하나는 지금 웨이트 트레이닝하러 갔어요"라고 딸의 일과를 설명했다. 그는 태국에서 초청한 파티에도 참석해야 할 것 같다고 넌지시 얘기했다.

살인적인 일정이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장하나의 목소리도 뭔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장하나는 국내로의 복귀를 전격 선언했다. 그는 23일 서울 광화문 모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 최고가 유일한 목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우승을 해도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너무 지치고 외롭게 지내시는 걸 보고 결심을 굳혔다"고 강조했다.

장하나의 어머니 김연숙(66)씨는 혼자서 한국에 머물러왔다. 장하나는 "앞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많이 갖겠다"고 밝혔다.

장하나는 "수백 번 수천 번 나에게 질문을 던진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지난 해 10월 영종도에서 열린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때 연습 그린에 홀로 남아 퍼트를 가다듬던 장하나를 본 기억이 있다. 노력파에 승부욕도 강한 장하나가 이번 결정을 하기까진 수많은 고뇌의 시간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장하나는 2015년 LPGA에 진출해 통산 4승을 올렸다. 세계랭킹은 10위에 올라 있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국내로 돌아온 선수들과는 다른 경우다. 정상의 자리에서 자신과 가정의 행복을 위해 선수로서 가졌던 꿈의 절반을 양보한 것이다.

'용단(勇斷)'이었다. 특히 그 이유가 아름다웠다. 1등 지상주의, 결과 지상주의가 팽배하던 한국 사회의 잘못된 흐름과 관행을 깨뜨리는 '파격'이었다. 성공은 행복의 부분집합이라고 한다.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선 사회의 가장 기본 구성단위인 가정이 바로서야 한다. 진지한 고민 끝에 성공보단 '가족'과 '행복'을 택한 장하나의 결단은 많은 이들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국내 정상급 남녀 선수들을 직접 인터뷰해보면 미국 진출에 대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그들은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장거리 이동을 감당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는 우려도 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국내로 돌아온 백규정(22ㆍCJ오쇼핑)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장거리 이동, 음식, 언어 등 미국 생활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전설' 박세리(40)의 말이 가장 와 닿는다. 그는 지난 해 10월 은퇴식 때 "'즐겼으면 좋겠다'는 말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다. 즐기라는 말이 연습량을 줄이고 개인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가 아니다. 골프장에서 모든 일과가 끝난 후 자기 자신에게 시간을 주고 여유를 가지라는 말이다"고 말했다. 운동선수들은 대체로 운동 하나 밖에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박세리는 골프와 개인 생활의 양립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니카 소렌스탐(47ㆍ스웨덴)은 LPGA 최다승(72승) 보유자로 가장 성공한 여자골퍼다. 그 역시 만 39세에 은퇴한 후 가정에 충실하고 있다. 본지와 만난 KLPGA 다승자 김해림(28ㆍ롯데)은 소렌스탐을 두고 "최정상의 자리에서 골프를 그만두고 새로운 삶을 꾸려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그런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멋있다"고 언급했다.

장하나의 국내 복귀 이유는 LPGA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에겐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 된다. 나아가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일관됐던 한국 골프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장하나의 존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또 다른 인기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창호씨의 카카오톡에는 '마냥착한딸 하나아부지'라는 글이 써 있다. '착한 딸'이자 '정상급 선수'인 장하나의 골프 인생 제2막을 격하게 응원하고 기대한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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